06. 일하는 사람을 위한 사유
때로는 이런 고상할 것(?) 같은 책의 문장에서도 응원을 얻는다.
69p [세상을 흔드는 건 말 잘 듣는 조신한 여자들이 아니라 ‘미친년’들이라고]에 밑줄을 긋고
73p [그녀에게 미친년은 주체적 응시와 실존감을 깨달은 존재다]에 밑줄을 긋고
서울에서 여성으로 미혼으로 조금 이른 나이에 관리자가 된 마케팅 팀장의 장르는 삼류소설. 효율성에 최적화 한 업무 스타일은 낮이 난상토론이라면 밤은 경청의 시간이다. 특히나 저녁을 먹는 자리에선 위트를 뽐내겠다는 느린 생각은 애당초 접고 조신하게 있는다.
다만 특별한 광고주를 만나면 낮이고 밤이고 ‘쟤는 미친년이니까. 함부로 건들지 말자.' 포지셔닝을 취한다. 그도 나도 서로의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 목적이니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범주 안에서 '너는 또라이. 나는 미친년.' 으로 평화를 지킨다.
우리가 세상을 흔들지는 못해도 이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착한년보다는 미친년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
이 책은 예술가 박보나 선생님께서 말하는 예술을 대하는 관객의 관람 태도를, 다양한 작가의 작업을 통해 설명한 책입니다. 기존 관습적 질서를 거부하는 태도를 지니면서도 관객이 작품에 드나듦을 한껏 열어둔 작가들의 이야기.
그들은 작품을 통해 세상으로 향하는 관객을 위한 문지기로서, 스스로가 지니는 인식의 세계를 견고히 하는데에 최선을 다합니다. 저자가 마지막에 '이 글들은 나의 태도이다.'라고 남긴 것을 보면 같은 종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