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밑줄을 긋다
동기가 어떻든, 희랍어를 배우는 사람들에게는 얼마간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걸음걸이와 말의 속력이 대체로 느리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습니다. (아마 나도 그들 중 한 사람일 테지요)
어제 벗과 서랍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나눴습니다.
동네 한약방에서 언뜻 본 행과 열이 빼곡하게 나뉜
가끔은 그 안에 또 다른 서랍이 들어 있기도 한 그런..
그 서랍에는 다양한 내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 그 존재 자체가 내게 의미인 사람.
서랍장은 내 것이고, 그 서랍을 만드는 것도 나. 결국 오롯한 나의 시선과 판단은 당신과 나의 어떤 공통점에 도달합니다. 그 사소한 무엇이 우리가 되게 하는지 나는 항상 궁금합니다. 그러니 가끔 내가 말없이 당신을 빤히(!) 보거나 멀찍이서 서성(!)이거나 이상한 걸 물을 때는 '이 사람 서랍을 만들어야지. 어느 행렬에 자리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순간입니다.
마음속 서랍장에 대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