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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대답해야 한다.

<유럽에서 만난 예술교육>을 읽고_

by 사유무대

예술교육이 왜 필요한지 이제는 대답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좋은 것은 다 하고 보자"는 마음으로 교육과 시스템을 흉내 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저 겉모습만 보고 허울을 따라 하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오랜 시간 동안 쌓아 올린 철학과 교육적 성취들을 보면, 마치 꼴찌가 전교 1등이 되고 싶어 하는 것처럼 조급해지는 나 자신을 느낀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이미 일상이 되어 전 생애를 아우르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좌절하게 만든다.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이라도 해결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기도 한다.


책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전통과 문화라는 것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급행열차를 찾는 모순이 우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상황에서 기여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가장 가능성 있는 부분은 바로 "장인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고통 속에서도 한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성실함과 경건함은 아이들에게 인생을 배우게 해 준다. 여러 나라에서 언급된 것처럼, 예술가의 진지한 태도는 아이들이 예술을 통해 자기 자신을 투영하고, 삶의 가치를 발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몰입과 상호 존중, 끊임없는 탐구, 창작의 과정에서 겪는 인내와 고찰, 실수를 통한 성장 등은 예술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에서 비롯된다. 아이들이 이런 과정을 통해 배우는 것은 단순히 창작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자세 자체다.

실제로 수업을 하면서 내가 가장 많이 투여하고 있는 에너지는 경청, 진심 어린 질문, 대화의 흐름에 대부분 집중된다는 점이다. 그 안에는 아이들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바탕이 되어야 하며, 아이들은 그 마음을 섬세하게 느낀다. 아이들이 자신의 존재와 의견이 존중되는 안전한 공간에서, 타인과의 조화를 배우고, 함께 겪는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으며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을 경험한다. 이런 예술적 경험들이 아이들의 내면에 깊이 새겨져, 나중에 삶에서 중요한 순간에 자연스럽게 떠오르기를 바란다.

이처럼 예술은 참기름, 버터, 린스, 바셀린과 같은

"윤활유" 같다.


삶이 퍽퍽하고, 관계가 삐걱거리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직면했을 때, 예술 한 방울이 상황을 유연하게 만들어 준다. 예술은 우리 삶을 좀 더 부드럽게 만들고, 갈등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도구가 된다. 마치 선반 위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는 기름처럼, 삶의 어려운 순간에 예술이 바로 그 순간을 해결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


예술이 교육과 만나 미래로 향한다면 언젠가는 그 경험이 우리 일상의 건조함을 달래주고, 인생의 갈증을 해소해 주는 단비가 되어 줄 것이다. 특히, 아이들이 이러한 예술의 가치와 경험을 자연스럽게 누릴 수 있는 권리를 가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 질문: “생존을 위해 수영을 배우는 것처럼 생존을 위해 문화를 배운다.”라는 말이 어떻게 들리시나요?




_2025년 4월 교육연극연구소 사유무대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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