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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술교육가로서 다른 세상의 탄생을 돕는다.

<예술적 상상력: 보이는 것 너머를 보는 힘>을 읽고_

by 사유무대


-연극놀이
나는 연극을 매개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에게 두려움 없이 새로운 세상 속으로 들어가도록 안내하고 익숙하지 않은 연극적 표현을 이끌어내기 위한 연극놀이는 ‘주변의 사물(혹은 동물) 되어보기’ 활동이다. 연극의 가장 기본이 “마치 ㅇㅇㅇ 인 것처럼 상상하기” 이기 때문에 인간의 세상에서 사물의 세상으로 혹은 동물의 세상으로 들어가 그 존재가 되어서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내가 마치 사물인 것처럼 ‘세상을 바라보기 – 생각하기 - 말해보기’의 순으로 진행하며 이 과정은 인간중심의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고 사물, 혹은 동물의 입을 통해 인간의 모습(나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나아가 앞으로 진행될 연극 속에서 역할을 맡았을 때 자연스럽게 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하는 훈련도 되며 생소하지만 기존의 세상을 바라보던 방식을 뒤집고 보이는 것 너머의 다른 세상과 마주하는 경험을 주기 위함이다.




-예술교육이 존재하는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우리가 바라보는 이 세상은 하나가 아니다.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수많은 세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보이지 않는 세상을 알고 싶어 하는 욕망, 미지의 것에 대한 호기심, 내 속의 또 다른 나에 대한 탐구, 기존의 질서를 거스르고 싶어 하는 개인의 독창성, 따로 이면서 또 같이 있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성이 다양한 세상을 만들고 있다.


보이는 세상에서 보이지 않는 세상을 표현하는 것, 그것이 예술이며 이 예술을 만들어 내는 힘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들리지 않는 것이 들리게,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상상력이다.


예술가의 상상력이 다른 세상의 상상력과 만나는 순간 예술은 각자의 세상에서 새롭게 발생하며 그렇게 또 다른 세상이 탄생하는 것이다.


나는 예술교육가로서 다른 세상의 탄생을 돕는다. 그렇기에 예술교육을 허투루 할 수 없다. 나를 통해 예술을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이 연극 속에서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타인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과 그들에게 연극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알려주고 다른 세상을 존중할 줄 아는 어른이 되도록 돕고 있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알고 있다. 예술을 경험한 사람들이 보이는 것 너머를 상상할 수 있는 힘을 얻고 다른 세상을 존중하는 열린 마음을 갖게 된다는 것을, 그리하여 예술을 바라볼 때에도 자신의 내면과 만나려고 한다는 것을, 그 경험들은 남과 다른 세상에서 없던 것을 만들어 내는 창조성을 갖게 될 것이며 자신이 창조한 보이는 것 너머의 세계로 또 다른 사람들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마치 피카소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피카소는 특별한 화풍에 얽매이지 않으며 끊임없이 사유하는 자신의 내면을, 말로는 표현되지 않는 것을 그림에 담으려고 애썼으며 나아가 보이지 않는 내면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담아냈다.


이것은 삶에 순종적이지 말고 자신의 삶을 창조하라는 피카소의 예술에 대한 태도이자 가르침이다.


예술교육의 힘은 예술을 경험하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삶을 창조하려는 사람들을 자극하는 일이다. 그 자극이 그들은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예술가로 안내한다. 우리 모두는 예술가로 태어난다고 한다. 다만 그 자극을 촉발하는 기회를 얻지 못하고 지나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니 모든 예술교육가들은 예술교육이 존재하는 힘을 믿고 두 눈을 크게 뜨고 제2, 제3의 피카소가 될 새로운 예술가들을 보이는 것 너머의 세계로 기꺼이 안내해야 한다.


_ 2025년 4월 교육연극연구소 사유무대 김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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