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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보다 여백이 많았던 여정

<창조적 행위: 존재의 방식>을 읽고_

by 사유무대



이 책은 창작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지만,

동시에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창작이라는 것이 단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행위가 아닌 존재하는 방식이라고 이야기하며, 자기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고 기준에 얽매이기보단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고유한 방식임을 이야기하는데,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존중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존재하는 방식이란, 어쩌면 세상을 바라보는 감각을 열어두는 것, 순간을 간직하고 반응하는 감도에 집중하는 과정인 듯하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이 교육연극이라는 글자를 전혀 쓰지 않고도 내가 하는 일을 설명해 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수업에서 강조하게 되는 과정, 감정, 감각, 어울림에 대하여 그동안 막연했던 철학에 깊이 있게 다가갈 수 있는 경험을 했다. 특별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진정성”과 “개방성”에 관한 이야기였는데,진정성은 두 말하면 입 아픈 가치이기 때문에 개방성에 대해서 좀 더 고민을 해보겠다.


개방성에 대해 안테나에 비유한 것이 재밌었는데,

영감은 조작해서 끌려오는 것이 아닌 이미 떠다니는 신호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 온다는 것.

협력 부분과도 연결되며 무엇보다 열린 마음은 우리에게 창조적인 결과물 그 이상의 가치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또한 그 유연함이 우리를 좀 더 자유롭게 존재하게 할 것이다.


그렇다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나는 얼마나 열려있는가? 수업 안에서의 표현을 진심으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가? 무의식 중에 평가를 한다거나 통제를 한다거나 여러 가지 생각들로 표현에 제한을 두고 있진 않았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최근 선생님들과 함께 수업을 하며 많은 성장을 경험한다.


정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여백을 주며 참여자들의 깊이 있는 사유가 일어나는 순간을 직접 느꼈다.

거칠고 모난 것을 다듬으려 하기보다는 그대로 두고 함께 바라보는 것을 선택한다.

이로써 서로 나눌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지는 경험을 누리게 되는데, 이 과정이야 말로 개방성을 지닌 수업의 모습이 아닐까.


날 것 그대로인 것이 불편해서 서둘러 덮어버리거나 그럴싸한 언어로 포장하려고 했던 예전 나의 모습, 그때의 식은땀도 함께 떠올랐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엔 여전한 질문이 남는다. 개방성은 어디까지 가능한 걸까?


교육이라는 맥락 안에서, 완전히 열려있는 태도란 현실적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을까? 나는 그럼 잘하고 있나? 많은 질문들을 가볍지 않게, 그러나 강요 없이 던져주는 책이었다. 정답보다는 여백이 많았던 특별한 여정. 나는 그 여백 안에서 내 방식대로 사유하고, 또 수업을 통해 사람들과 나누며 내 존재 방식을 좀 더 조율해보고 싶다.



+ 질문: 결과 보다 과정에 집중하라는 메시지가 예술 외의 삶의 다른 영역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_2025년 5월 교육연극연구소 사유무대 김희진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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