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불면증이 무척이나 심했습니다. 회사 다닐 땐 아무리 늦어도 새벽 1~2시엔 잠이 들었는데, 프리랜서로 일을 시작하면서 불규칙적으로 생활하다 보니 3시, 4시는 기본이고 해가 뜰 때까지도 잠을 못 이루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자야 할 시간에 잠을 못 자다 보니 쉽게 피곤해지고 면역력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숙면에 도움이 된다는 건 이것저것 시도했습니다. 자기 전에 따뜻한 우유나 잠이 온다는 요기차도 마셔보고, 비타민 D도 복용하고, 꿀잠 베개를 써보기도 했으나 좀처럼 쉽게 나아지진 않았습니다. 수면 클리닉을 방문할까도 생각했는데, 한창 일을 많이 하던 시기였고 막상 방문하려니 귀찮기도 해서 계속 미루게 됐죠.
그러던 중에 하루를 데려오면서 불면증이 많이 나아졌습니다. 시바견은 대부분 실외 배변을 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산책하러 나가야 합니다. 강아지를 키우기 전엔 약속이 있을 때만 외출하다 보니 한 달 만에 나가는 일도 많았습니다. 이젠 매일 나가서 걷고 햇빛도 보고 바람도 쐬고 하다 보니 밤에 잠이 잘 왔습니다. 게다가 다른 생각에 빠질 틈을 주지 않고 계속 사고를 쳐대서 정신적, 육체적인 피로가 쌓인 것도 한몫했을 겁니다. 처음에 데려왔을 땐 새벽 내내 낑낑거려서 놀아주느라 밤낮이 바뀌어서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었습니다. 마감 때문에 밤샘 작업을 한 적은 많지만, 강아지를 케어하는 건 또 다르더군요. 2-3개월짜리 강아지가 그렇게 체력이 좋을 줄은 몰랐습니다. 잘 때가 제일 예쁘다는 말에 뼈저리게 공감했습니다.
지금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에 산책 두 번은 꼭 나갑니다. 비 오면 우비 입고 눈 오면 패딩 입고요. 워낙 평소에 바깥출입을 잘 안 하는 사람이라 하루 덕분에 억지로 나가게 됐지만, 낮에 잠깐이라도 바깥을 걷는 게 불면증, 더불어 우울증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밤에 잠이 잘 안 오거나 잡생각이 많다면 낮에 30분이라도 걷는 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