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위에 지은 성

DAY_25

by 구나공


‘모래 위에 지은 성’이었다.


햇빛이 좋은 날엔 몰랐다.

누가 봐도 좋은 아름다운 성이었다.

잦은 바람이 일렁일 때가 있었지만

그저 성문을 닫고 버티면 괜찮을 줄 알았다.

그러다 파도가 지나간 그 한순간에 무너져버렸다.

모든 게 끝나버리는 줄 알았다.

그리고 처참히 깨달았다.

아무리 아름다운 성을 짓고 가꾸려 애써도

그 밑을 지탱해주는 것이 모래일 땐

불안함을 떨쳐내지 못할 뿐 아니라

언제라도 파도가 다시 찾아오면

견뎌내지 못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까지 참 지난한 과정을 겪었다.

허무함에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졌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나날들에 갈피를 못 잡고 휘청거렸다.

울기도 참 많이 울었다.

처음 겪어보는 감정들에 몸서리쳤다. 하루에도 수백 번 극과 극을 오가는 생각들에 매몰되어갔다.


그러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었다.


다시 지어보자.


이번엔 어떤 성을 지을까 보다

어떻게 하면 더 견고한 지지대를 세울 수 있을까부터 생각하기로 했다.

막상 마음은 먹었는데 쉽지 않았다.

어떤 재료를 써야 하는지 어떻게 엮고 쌓아야 하는지 도통 아는 게 없었다.

그래서 수없이 뒤엎어졌다. 조금 세웠다 싶으면 또 부러졌고 다 되어 가는가 싶으면 균형이 맞지 않았다.


지금도 여전히 기둥 하나를 제대로 세웠을까 말까 하는 과정 중에 있지만 그 어느 때 보다 편안하고 행복하다.


아름다운 성안에 살던 나는 우는 모습을 보여서도, 화내는 모습을 보여서도 안 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참고 또 참으면서 버텨왔다.

모래 위에 있는 줄도 모르고.


지금은 화가 나면 화를 내기도 하고 울고 싶을 땐 울기도 한다. 이게 아니다 싶을 땐 과감히 무너뜨린다. 혹시나 어디 하나 흠이 갈까 마음 졸이지 않는다.

왜냐면 다시 쌓으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무너져봐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아름다운 성 따위를 꿈꾸며 바라지 않는다. 작은 집이라 할지언정 어떤 바람과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는, 아니 설령 흔들리더라도 다시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 견고한 지지대를 가진 곳에서 온전한 행복을 느끼며 살고 싶다.


그리고 믿는다.

그 안에 나, 너, 그리고 우리가 함께 하고 있을 거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