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_28
엄마가 오시는 날이라고
대청소를 했다던,
오랜만에 딸네 집에 와서 편히 쉬다 가셨으면 했던
어제의 글은 나 혼자 상상 속에서 쓴 글이 되었다.
집에서 쉬시기는 개뿔
엄마는 또 집에 도착하자마자
잠들기 전까지 부엌에 계셨다.
정말 그런 모습 보기 싫어서 나름 애써 청소한 거였는데 엄마 눈엔 영 성에 차지 않으셨나 보다.
빈 손으로 오시라 그렇게 일러두었는데 들고 오신 상자만 여섯 개였다.
상자를 풀고 정리하는 데에만 꼬박 한 시간이 걸렸다.
보자마자 한숨을 내쉬더니 편한 옷으로 갈아입으시고 본격적으로 부엌을 뒤집어엎으셨다.
냉장고부터 찬장, 수납함까지.
‘그냥 못 본 척하면 되지 않아 엄마?’라고 했다가
된통 혼났다.
아.. 이번에는 좀 다를 줄 알았다.
나도 이제 결혼생활 한지 5년 차인데 여전히 엄마 눈에는 애송이의 살림이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건 엄마 손을 거치고 나면 정말 우리 집이 이랬어? 싶을 정도니, 할 말이 없다.
이젠 정말 제대로 된 딸 노릇 좀 해보려 했는데 어김없이 실패다. 건강검진시켜드리겠다고 오시라 한 건데, 건강검진 두 번 받으셨다가는 앓아누우실 것 같다. 제일 좋은 거로 시켜드린다고 오랜만에 거금을 썼는데 지난밤 엄마가 사위 새 사업 시작한다고 그 보다 더 큰돈을 찬조금이라며 내놓으셨다. 이게 무슨.. 결국 엄마가 엄마 돈 내고 건강검진받은 데다가 딸네 집 부엌살림까지 다 해준 격이 되어버렸다.
지금도 나는 침대, 엄마는 부엌이다.
온 김에 반찬거리를 만들어둬야겠다며 분주하시다.
이제 그만 하고 쉬라 해도, 내가 더 도와줄게! 해도,
아기 잘 때 자두라며 한사코 나를 방에 집어넣으신다.
나도 엄마 나이가 될 즈음엔 저렇게 될까?
내 몸 하나 성치 않은데 자식을 위해서라면 저런 힘이 어디선가 솟아나게 될까. 매번 엄마를 볼 때마다 난 아직 멀었다는 생각뿐이다.
언제쯤 엄마보다 내가 더 해줄 수 있을까
그때가 되면 나는 정말 엄마가 내게 해 준 것처럼 나보다 더 엄마를 위해줄 수 있을까.
어딘가 모르게 마음이 결리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