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_29
다섯 살짜리 아들에게 ‘나 집 나갈 거야’ 이야기를 들은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은 오늘 또 하나의 사건(?) 이 일어났다.
가족끼리 주말 외식을 마치고 집에 와 안방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고 있으니 아이가 안방으로 따라 들어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집에 잠시 들르기로 한 친구가 도착했다길래 안방을 나가려 하니 아이가 엄마 혼자 가라며 자기는 무서워서 안 가겠다고 떼를 썼다. 그러려니 하고 나가서 친구를 맞이하고 아이를 불렀는데 ‘내 이름 자꾸 부르지 마!’ 하고는 방문을 걸어 잠갔다.
그럼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하라고 하고는 친구에게 전달해야 할 물건을 전달하고 다시 방문을 두드리니 아무 대답이 없는 것이었다.
처음엔 장난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무리 크게 소리를 질러도, 남편이 문을 부술 것처럼 두드려도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낮잠을 못 자서 잠이 들었나? 싶었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이렇게 큰 소리에도 잠에서 깨지 않는다는 건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남편도 나도 당황했다. 안방에 위험한 물건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건 빨리 확인을 해봐야 했다.
유튜브에 방문 열기를 몇 번이나 보고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였다. 하필이면 들어간 방이 안방이라 다른 방과 다르게 열쇠가 있어야만 열 수 있었다.
결국 열쇠업자를 부르고 열쇠 구멍을 드라이버로 모두 뚫어야 했다. 사실 열쇠업자를 부를 때까지만 해도 안에서 자고 있을 거야.라고만 생각했는데 열쇠 구멍을 뚫는 소리가 거의 공사하는 수준으로 시끄러웠음에도 전혀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을 땐 혹시나 하는 생각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너무 울다가 넘어간 건 아닌지, 어디에 부딪힌 건 아닌지 오만 생각에 눈물이 나려던 찰나에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얼마나 반갑던지.
혹시 이이가 이번 일로 트라우마가 생기면 어떻게 하나 걱정됐다. 최대한 차분하게 괜찮다고 이야기했지만 아이의 울음소리는 점점 더 격양되었고 그럴수록 내 감정도 솟구쳐 올랐다.
어찌나 보안장치가 잘되어있는지 열쇠 구멍을 부숴내는 데에만 삼십 분이 걸렸다. 이럴 땐 보안장치가 꼼꼼하게 잘 되어 있는 걸 감사해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아이 울음소리가 들린 후로 십여 분가량만에 문이 열렸고 안을 보니 아이는 방 안에 있는 베란다에 갇혀있었다. 안방 문은 몇 번이고 자기가 닫았다 열었다 할 수 있었지만 베란다 유리문은 꽉 닫혀 있으면 안에서 열기엔 아직 아이의 힘과 요령이 부족했다. 무서웠는지 아이의 팬티는 젖어있었다. 얼른 달려가 안아주었다. 혹시 너무 무섭지는 않았을까, 너무 지치진 않았을까 걱정이었는데 의외로 아이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젖은 몸을 씻겨주며 연신 무서웠지, 걱정했겠다 달래주었더니 건네는 말이
‘왜 그렇게 시끄럽게 했어~~~’,
‘그래서 키즈카페는 언제가?’였다.
걱정한 거에 비해 너무 침착한 아이의 반응에 안도감이 들면서도 이 상황에서도 놀이 생각이 먼저 든다니 정말 아이답다는 생각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씻고 나와서는 아저씨가 어떻게 문을 열었는지, 저기에 드라이버와 망치가 있다고 신나 하며 이것저것 물었다. 에너지가 넘치는 걸 보아하니 남편과 내가 문을 두드렸을 땐 정말 잠에 깊이 빠져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다 아저씨가 와서 드라이버 소리가 계속적으로 들리자 잠에서 깼고 그 소리가 무서워 열려있던 베란다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렸는데 다시 열지 못해 울면서 그 안에 갇혀있었던 것 같다.
두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새 문고리로 교체하는 비용 이십만 원도 순식간에 날아갔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별별 일이 다 있다 싶었다.
이제 다섯 살 된 아이에게 벌써 문을 걸어 잠그고 자꾸 자기 이름을 부르지 말라는 시위?를 당하다니..
앞으로는 대체 어떤 시련과 사건이 있을는지..
저녁밥도 두 그릇이나 먹고 한참을 잘 놀다 저렇게 잘 자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다행이면서도 오늘도 엄마만 롤러코스터를 탄 하루였나 싶은 생각에 헛웃음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