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집에 오는 날

DAY_27

by 구나공



오늘은 대청소를 하는 날이다.

주말에 있을 건강검진을 위해 시골에서 엄마아빠가 오시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 어느 손님이 올 때 보다 꼼꼼하게 살펴본다.

빨랫대에 걸린 지 몇일은 된 옷들을 개어 넣고

쌓여있던 빨랫감은 세탁기로 직행이다.


그릇 건조대에 쌓인 어제의 흔적도 말끔히 정리한다. Men’s cave라 칭하며 손끝 하나 대지 않아 진짜 동굴 같던 여보의 서재도 오늘만큼은 피해갈 수 없다. 어지럽혀진 영수증들은 집게 입에 다 함께 물려지고 흩어져 있던 서류들은 제 갈 길을 찾아 서랍속으로 들여 보낸다. 주말에나 할까 말까한 걸레질도 오늘은 구석구석 해 준다. 조금만 더 참아보자는 마음으로 쳐다보지 않았던 선풍기도 닦아 내었다.

아이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들도 적절히 배치해 둔다. 현관 신발장 바닥도 오늘은 빛이 난다. 하마터면 큰 일 날 뻔 했다. 여보의 담뱃갑과 라이터를 냉큼 숨겼다.


바쁘다. 그렇지만 기쁘다.


시어머니가 오시기 전날의 청소는 비장함이 느껴지는 대청소라면 친정엄마가 오기 전날의 청소는 애잔함이 묻어나는 대청소다.


내가 하지 않으면 손주 보며 쉬러 오겠다던 엄마가 두 팔을 걷어부치고 우렁각시를 자처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아이 돌 잔치 이후로 삼년만에 처음 우리집에 오는 아빠는 또 어떠실까. 말로는 집꼴이 이게 뭐냐며 뭐라 하시겠지만 속으로는 내 딸이 혼자 고생하는 건 아닌가 싶은 걱정에 당신이 찾아온 게 행여 더 짐이 되진 않을까 하며 집으로 가는 길을 서두르실테지.


그래서 더 열심히 쓸고 닦는다.


오랜만에 오신 딸네 집에서 마음 편히 웃으며 쉬다 가셨으면 해서, 어떻게 해도 걱정이 되는 게 부모 마음이라지만 걱정한 것 보다 잘 살고 있네!라며 한시름 놓으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얼른 오셨으면 좋겠다.


몇일 전 부터 아이에게 말했다.


“금요일에 엄마의 엄마 아빠가 집에 오실거야!”


“엄마도 빨리 엄마아빠가 보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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