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_38
지난번 상담에서 마음에 새긴 한 가지는,
유머 있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었다.
이제껏 나는 꽤 재미있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선생님께서 그냥 사람을 웃기는 것은 ‘유머’와 다른 것이라고 했다.
진짜 유머 있는 사람이란, 진지한 상황이나 꼭 전달해야 하지만 전달 과정에서 오해나 갈등이 생길 수 있을 때에도 핵심은 전달하되 분위기는 흐리지 않도록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 유머는 어떤 걸까? 하고 생각했을 때 문득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다.
인도 여행 중 레의 산중 도로 곳곳에서 봤던 속도제한 표지판들이었다. 우리나라로 얘기하자면 ‘과속운전은 가족의 생명을 위협합니다.’ 라던가, ‘졸리면 쉬어가세요.’와 같은 것들이라 할 수 있겠다.
아주 위험할 수도 있고 자칫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는 도로 위인만큼 ‘유머’라는 게 있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나 역시도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안전벨트는 생명끈’ 정도이니 말이다. 무엇을 떠올리건 그 이상으로 입꼬리를 피식하고 웃을 수 있게 하는 표현들이었다고 장담해본다.
Bro hurry makes worry
Don't gossip let him drive
Life is journey, complete it
Speed thrills but kills
Drive slow to avoid grave below
After wisky driving risky
Speed is knife that cuts life
보일 때마다 메모해 둔 표지판의 내용들이다.
일단 도로표지판에 ‘Bro’가 들어갈 수 있다는 것부터가 신선한 충격이었다. 우리나라말로 하자면 ‘어이 친구’ 정도이니 말이다.
단어의 라임도 아주 맛깔나게 잘 맞추었다. Speed thrills but kills에서는 감탄사를 참을 수 없었다.
언어유희, 리듬감 모든 게 표지판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잘 녹아져 있고 덕분에 피식 웃지만 한 번 더 생각하다 보면 ‘위험, 금지’라는 단어를 보았을 때보다 훨씬 더 잘 받아들여지는 기분이었다.
학생들을 지도할 때에도, 아이를 키울 때에도, 물론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이지만 일방적으로 안돼! 하지 마!라고 할 때보다는 스스로 생각하고 느낄 수 있게 했을 때 행동의 변화가 더 잘 일어난다는 것은 여러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드러난 바 있기도 한 사실이다. 인도의 표지판들이 그러하듯.
아주 딱딱해질 수 있는 도로 위의 표지판에도 저런 표현 들을 쓸 수 있다는 것, 그러면서 전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은 흐트러지지 않게 잘 전달하는 것이 아마도 상담에서 배웠던 진짜 ‘유머’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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