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즐거웠다.
순간을 기록한다는 명분도 있었다.
오랜 과거 속의 인연이었던 누군가와의 재회도 반가웠다.
하트와 댓글로 보는 사람들의 반응도 내게 적잖은 짜릿함이었다.
분명 일상의 소소한 행복 중 하나일 거라 여기며 해왔던 sns였는데
이게 되려 내 일상의 소소한 행복들을 내 스스로 갉아먹게 만들었다.
일 하는 틈틈이, 아이를 보는 짬짬이, 잠들기 전, 화장실 볼일 볼 때..
1초만 시간이 생겨도 쉽게 둘러볼 수 있기에
하루의 빈틈을 모두 sns로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엔 너무나도 완벽한 순간들만 가득했다.
멋진 몸매를 가진 사람들이 힘껏 자신의 아름다움을 드러냈고
내 아이에게 해주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척척 해주는 엄마들이 가득했다.
피드를 보고 있자면, 저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저렇게 모든 게 다 갖춰져 있는 걸까 싶다.
어느 날엔, 아니지 나도 할 수 있지 라며 가랑이 찢어지는지 모르고 용을 써 보기도 하고
저건 나의 삶의 가치관과 다른 거야. 저건 저 사람의 삶이고 나는 멋진 내 삶을 살아가고 있잖아. 지금 내 모습에 감사하자며 자기 계발서에나 나올법한 사고 회로를 돌려보며 부서져가는 멘탈을 잡아보기도 했다.
굳이 사지 않아도 될 물건들을
지금 사지 않으면 나만 안 사는 사람이 될 것만 같게 만들고,
내 아이에게 꼭 있어야 하는 필수품으로 둔갑시켰다.
이 화장품만 사면 내 모습이 한결 나아질 것만 같은 착각이 들게 되니
충동적으로 구매한 것들이 화장대에 가득이다.
분명 이건 다 마케팅이라는 걸 알면서도
막상 보다 보면 아 그런가 보다 싶어 진다.
게다가,
일상의 모든 모습들을 스토리 앵글에 맞추어 잘라내어 보고 있었다.
이건 이렇게 올리면 좋겠다.
이런 모습이 나와주면 좋을 텐데 라며 상황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그렇게 업로드를 하고서 돌이켜보면 그 순간을 즐긴 건 내가 아니라 그 스토리를 보는 누군가였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정작 그다지 그 순간에 관심이 없다는 걸 안다.
딱 3초짜리 관심일 뿐.
가장 무서운 건 너무나도 잔잔하게 그렇지만 확실하게
내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늘 그렇던 남편의 행동도
왜 넌... 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고
아이에게도 필요 없는 죄책감만 쌓여갔다.
그렇게 이걸 계속해야 하나, 마음이 흔들리다
그 날밤 지웠다.
정말 죽고 싶은 날이었다. 그런데 그날마저도 마지막으로 sns에 어떤 글을 올려야 할까
스치듯 생각하는 내 모습에 소름이 끼쳤다.
그때서야 내가 내 인생을 이 작디작은 네모칸 안에 꾸역꾸역 맞춰 넣으려다
잘 안되니 그게 마치 내 인생이 잘못된 것처럼 느껴 집어던지려고 하는 건 아닌가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듯 깨달았다.
이 SNS만 아니면. 굳이 내 인생이 네모 안에 있을 필요는 없었는데.
굳이 내가 알고 싶지 않은 누군가의 삶을 내 하루에 끌어들이지 않아도 됐었는데.
그저 나, 내 가족, 진짜 나와 살을 부대끼며 살아가는 주위 사람들만 해도
충분했었는데.
싶었다.
아이와 놀아줄 때도 마음껏 놀아줘도 됐다.
좋아요가 많이 나올만한, 댓글이 많이 달리는 아이의 모습을 찾지 않아도 됐다.
그냥 양껏 놀아주면 그만이었다.
그래서 지워버렸다.
그렇게 벌써 반년이 지났다.
여전히 다시 시작할 마음은 없다.
그곳이 아니어도 내 삶은 어딘가에 늘 기록되어 있고, 함께 공유해야 할 사람들과는 여과 없이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