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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뗄라 Apr 23. 2019

#18 남자인지, 여자인지 궁금하지 않아!

#18 '젠더'의 인식

결국 퇴사한 무용과 출신 마케터,

그리고 내 마음대로 끄적이는 문화예술과 무용.


"캐릭터에는 경계가 없다"

요즘 TV를 보면 뭔가 바뀐 것 같은 데 도통 모르는 것이 있지 않나요?

우리 찬찬히 CF 광고들을 생각해봅시다!


어떠세요?

분명 과거에는 여성 연예인이 주로 등장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주방용 제품 혹은 코스메틱 제품에까지 남성 연예인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사회적으로 성적 다양성과 성 평등을 인정하고,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흐름에 맞춰 새롭게 급부상한 마케팅 방법의 일종입니다.


바로, 젠더리스(Genderless) 혹은 젠더프리 마케팅입니다. 본래 젠더리스는 성별이 없다는 의미를 가졌다고 해요, 하지만 최근 들어 성의 구별이 없는 "중성적"의 뜻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사실 소비재에서는 이러한 젠더리스 마케팅을 더 쉽게 받아들이고, 활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남녀가 함께 쓰는 화장품을 들 수 있어요.

대한민국 최초로 성중립을 내세운 메이크업 브랜드 라카(LAKA)는 '모두에게 즐겁고 실용적인 룩을 제안한다'는 모토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광고에서도 같은 립스틱을 바른 여성과 남성 모델이 동시에 등장하는 것은 볼 수 있습니다. 남녀 모델이 동일한 제품을 사용한 이미지 컷을 선보임에 따라 남과 여, 성별 구분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죠! 실제로 해당 브랜드의 젠더리스 컨셉은 국내 남성들에게도 큰 호응을 이끌어 내었고, 립스틱 전체 매출의 20~30%가 남성 구매자라고 합니다.


또 패션 쪽도 만만치 않게 젠더리스 컨셉이 반영되고 있는데요, 특히 SPA 브랜드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스페인 SPA 브랜드 자라(ZARA)는  ‘Ungendered Line’을 만들어 남녀가 공용으로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었고, H&M의 경우에는 ‘Denim United’라는 유니섹스, 즉 성별 구분이 없는 데님 라인을 출시해, 다양한 형태의 데님 룩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일상에서 쉽게 만나 볼 수 있는 소비재에서는 젠더리스 컨셉이 명확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문화예술계는 어떨까요?


문화예술계, 특히 공연계에서는 젠더 프리(배우의 성별과 상관없이 배역 정하기)와 젠더 밴딩(성별 바꾸기) 캐스팅이 있습니다.


2017년 11월, '셰익스피어스 글로브'에 취임한 미셸 테리 감독은 성별, 인종, 출신지 그리고 장애 유무를 가지리 않고 캐스팅하겠다고 밝혔었는데요, 그 이후 2018년 4월 '햄릿'을 젠더 프리 캐스팅으로 막을 올렸습니다. 셰익스피어의 대표 남성 중심 서사인 해당 극에서 여성이 햄릿의 역할을 맡았죠.


그 이후 영국은 대본을 분석해 성별 구분이 필요 없는 대사를 도출하는 네로파(NEROPA·Neureal Roles Parity)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반드시 여성이거나 남성, 또는 다른 성이어야만 하는 배역을 제외한 나머지 배역은 모두 중립으로 만들어 두는 것인데요, 이를 통해 영국 공연 관계자들은 중립 캐릭터의 성비를 동일하게 맞춰 젠더 프리 캐스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젠더 프리 마케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모든 배역에 젠더프리를 시도한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주인공의 엄마 역할을 남성 배우가 진행했었는데요, 자신의 옷 위에 '알란 엄마'라는 명찰을 붙이고 특유의 굵직한 목소리로 관객에게 큰 웃음을 주었습니다.


김태형 연출가님의 인터뷰를 살펴보면, '고정관념에 따라 연기하지 말고 배우 그 자체로 연기하라고 지도했다'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여성과 남성, 성별에 따라 연기를 기대하는 사회 통념이 있죠. 그래서 이를 많이 배제하고자 노력했다고 합니다. 젠더를 희화화하지 않는 선에서 모든 관객이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도록 특징을 살려야 했으니까요.


사실 공연계에서 젠더프리 캐스팅은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2018년 7월에 공연한 한 뮤지컬에 등장하는 배우는 총 9명이었지만, 그중 여성 배우는 한 명도 없었다고 합니다.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시겠나요?


대개 공연은 남성 중심 서사 작품이 많습니다. 그리고 남성 배우의 경우, 주인공이나 극 진행에서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캐릭터가 되는 반면, 여성은 말 그대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캐릭터에 불과하죠. (필자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보편적인 캐릭터의 목소리는 남성이 내는 전통이 있었던 듯합니다. (소수자나 약자의 이야기를 할 때에만 여성이 등장한 것 같군요.) 이러한 원초적이고, 고질적인 극의 형태로 인해 결국 여성 배우들은 차기작이 없어 오랜 시간 연기 활동을 쉴 수밖에 없죠.


또 공연 주 소비층은 보통 여성인데요, 그래서 관객 유입을 위해 남성 배우를 많이 캐스팅하는 것도 있습니다. 매출을 위해 남성 배우를 더 쓸 수밖에 없는 업계 사정이랄까요? 개인적으로 여성 배우 중심의 퀄리티 좋은 공연이 지속적으로 생겨나 관객들의 시선을 또 한 번 바꾸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금씩 여성 중심의 서사도 시도되면 좋겠네요!


젠더프리 캐스팅, 조심도 해야겠죠!


고정관념을 바탕으로 연기를 하면, 젠더프리 캐스팅을 안하느니만 못합니다.

과장된 억양과 말투, 행동은 특정 성별이 부정적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젠더 프리 캐스팅의 의미를 퇴색하기에 매우 좋죠.


배역의 성별보다는 극 중의 캐릭터로 받아들이고, 표현함이 중요합니다. 관객 역시 여자와 남자를 보러 오는 것이 아닌 작품의 이야기, 그리고 캐릭터를 느끼고 싶은 것이니까요. 알고 보면 관객들이 이 더 젠더 프리 캐스팅에 대한 인식이 높을 수도 있습니다.


더불어 아직까지는 배역이 극의 주변 인물로 한정되어 있지만, 점차 발전하여 비중 있는 배역으로까지 확산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캐릭터에는 경계가 없다는 것, 우리 모두 알고 있잖아요.


마지막으로, 젠더 프리 캐스팅이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많은 만큼 고민해야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따라하면 안돼요! 우선적으로 작품의 질을 생각해야 합니다. 기계적으로 캐스팅과 성별을 바꾸는 것은 너무 일차원적인 행동입니다.


오랜 시간 자리 잡은 남성 중심의 공연계가 사회 현상과 맞물려 좋은 현상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다시금 자신들이 몸 담고 있는 공연계를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네요!

아울러 관객 여러분께도 더 신선한 작품으로 찾아뵐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관객분들도 그만큼 더 성숙한 인식으로 공연장을 찾아가야겠죠?



오늘도 사회 현상과 관련된 내용으로 꽉 채워봤어요.


필자는 단순 유행 현상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굉장한 의미를 담고 있더군요!


다음번에는 젠더 프리 캐스팅 공연을 보러 갈려고 합니다.


여러분도 함께 보아요!


 - 2019. 04월

*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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