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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뗄라 Apr 16. 2019

#17 현장 스태프의 워라밸, 지켜지고 있나요?

#17 우리의 워라밸로 인해 사라진 그들의 워라밸

결국 퇴사한 무용과 출신 마케터,

그리고 내 마음대로 끄적이는 문화예술과 무용.


"주 52시간 근무 VS 현장 스태프의 워라밸"

여러분은 2018년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생각나시나요?

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떠오릅니다. 아무래도 퇴사한 지 얼마 안 된 나름의 비즈니스 우먼 이어서일까요? (물론, 해당 제도 혜택을 누려보진 못했습니다.)


지난해 7월, 국민들의 일과 삶의 균형 “워라밸”을 지키기 위해 정부는 주 52시간 근무 정책을 시행하였습니다. 이 제도 덕분에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여러 여가 활동에 관심 갖게 되었는데요, 그래서인지 종종 문화예술계에서도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요즘따라 SNS에는 칼퇴근 인증샷과 더불어 공연이나 전시 등을 보고 후기 인증샷을 하는 경우도 많죠.)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세종문화회관, 국립현대미술관, 예술의 전당 등에서는 일명 칼퇴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패키지, 프로그램 등을 내놓고 있습니다. 간단하게는 평일 공연 시작 시간을 30분가량 앞당기고 티켓의 할인 폭을 늘리고 있죠. 아니면 아예 개장 시간을 연장하여 운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나의 예시를 볼까요?


전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꼭 한 번은 가본다는 “디뮤지엄(D MUSEUM)”

디뮤지엄은 워라밸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취미를 경험할 수 있는 평일 저녁 문화 프로그램 ‘뮤지엄 팔레트(MUSEUM PALETTE)’와 ‘CLASS 7PM’을 개설했습니다.
 

매주 둘 째와 넷 째 주 금요일 저녁 7시에는 직접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페인팅 워크숍이, 또 첫 째와 셋 째주에는 전시와 연계된 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러 페인팅', ‘홀로그램 가방 만들기’ 등 핸드크래프트 작업이 있죠!


게다가 직장인들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도 있었는데요.

매주 금요일 퇴근 후 미술관 티켓 박스에서 사원증 혹은 명함을 제시하면 전시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이었죠! 물론 지금은 진행하지 않는 이벤트이지만 퇴근 후 자기만의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좋은 조건이었던 것 같습니다.


- CLASS 7PM 바로보기 : http://bit.ly/2Uh8fYO

- 뮤지엄 팔레트 바로보기 : http://bit.ly/2Pdu3ng



자기의 삶을 즐기고자 하는 사회 현상과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 그리고 문화예술기관에 노력이 모여 각종 문화 분야의 매출이 조금씩 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2018년 7월 한 달에만 뮤지컬 티켓 판매 규모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전보다 18.2%가량 늘었으며, 연극과 무용, 전통 예술 분야 역시 소폭 상향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소식이 달갑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바로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인데요.


계속 누누이 말씀드렸지만 문화예술계 특성상 9 to 6처럼 근로시간을 특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일이 있으면 일이 마무리될 때까지 해야 하죠. 즉 다시 말해 공연이나 전시가 있으면 어쩔 수 없이 계속 일을 하면서 야근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 등 대형 공연장에서는 대체 휴가 혹은 탄력 근로제를 진행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건 지극히 "사무직 스태프"를 위한 이야기죠!! 그럼 현장 스태프들은 어쩌죠?
 

낮에는 공연을 준비하고, 밤에는 본 공연을 하고, 그 이후에는 새벽까지 정리하고 차일 공연을 준비하는 현장 스태프. 그들의 워라밸은 보장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


이로 인해 지난해 충무아트센터에서는 현장 스태프와 기관과의 대립이 있었습니다. (다른 기관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로 갈등을 빚은 적이 있거나, 아직도 현재 진행 중입니다. 충무아트센터는 하나의 예시일 뿐이에요.)


충무아트센터 노조에 따르면 무대 설치는 주 70~80시간 노동을 해야 소화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무대기술부 스태프 8명이 6개월 간 보상받지 못한 연장 노동시간만 2천 254시간이라고 합니다. 월 52시간씩 무료 노동을 한 것이죠.


이에 충무아트센터 노조원들은 2018년 5월부터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단지 8명만 더 충원해달라는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관 입장에서는 인력을 충원할 비용이 턱없이 부족하였던 것이죠. 올 초까지도 해당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공연장 곳곳에서 대자보가 붙어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정말 가슴 아픈 일 중 하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꼭 충무아트센터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위에 덧붙인 것처럼요!

대학로의 작은 소극장부터 민간 공연 기획사까지 곳곳에서 이와 같은 문제로 서로 대립하고 있겠지요.


필자의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중들을 행복하게 또 웃게 만드는 공연과 전시, 이 모든 것을 만드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그 감정을 느끼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본인 스스로가 기쁘지 않고, 행복하지 않은 데 어떻게 좋은 작품이, 공연이 세상에 빛을 볼 수 있을까요?


그러니 작업 기간을 늘리거나 유연근무제 도입 혹은 인력을 증원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제작비가 상승할 수 있으나, 그들의 기술력은 공공재가 아닙니다. 정당한 대가와 함께, 윤리적으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분야의 이야기 일 수 있지만, 해외 드라마 제작 현장은 배우들을 포함하여 전 스태프들이 근무 시간과 휴게 시간이 지정되어 있고, 이 역시 계약서에 기재되어 있다고 하죠. 특정 시간을 지정하여 근로하기 힘들다는 건 어찌 보면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하루빨리 모든 문화예술단체에서 현명하게 스태프들의 근로시간 단축 방안을 논의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사회 현상과 맞물려 발생할 수 있는 문화예술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가지고 와봤습니다.


필자 역시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었는데, 글을 작성하면서 공감이 많이 갔어요!

(흑흑... 학부 시절, 페스티벌이나 공연 준비하면서 밤샘한 것이 떠오르더라고요.)


여러분은 공감이 가시나요?


 - 2019. 04월

*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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