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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하철단골 Oct 03. 2019

마녀_4

승승장구

지수, 수진, 은진은 합이 잘 맞았다. 수진은 지금 월급의 50% 이상만 벌수 있으면 전업으로 뛰어들 용의가 있다고 했다. 저가 단일 의류 브랜드 디자이너의 월급이라는게 뻔해서, 그렇게 줄 수 있는 시간은 9개월쯤부터 찾아 왔다. 지수도 그 동안 도매에서 물건을 떼면서 어느 정도 네고력도 생겼고, 물건 보는 눈도 생겼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소재나 사이즈, 부속품 등을 이야기할 때, 지식의 한계를 느꼈다. 수진에게는 적어도 6개월은 반을 줄테니 같이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물었고, 수진은 흔쾌히 승낙했다. 그 쯤, 회사에 진상 대리가 들어왔는데, 은근히 피팅을 핑계로 추근 대곤 했었어서, 이걸 신고해 말어, 하던 차였다. 신고해도 지랄, 안해도 지랄일 거면 그냥 떠나자고 생각했고, 친구와 사업 하는 건 좋은 이유가 되었다. 지수가 하는 걸 보니, 잘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경력, 내지는 경험이 자신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마침 스타트업이 유행인지라, 사업을 하다 잘 안 된 경우도, 기업체에서 경력으로 인정해준다는 기사들도 몇 번 읽으면서 안심했다.


은진은 그 즈음에 2월 보너스를 받고 어차피 관두고 있었다. 사실 지수가 얼만큼 버는지도 잘 몰랐고, 자기가 은진과 전속으로 월급을 받고 일하게 될 것이라고도 상상해보지는 않았다. 그냥 야근이 너무 많았고, 쌓인 실력으로 몇 달 쉬다가 이직을 하면 되겠지 싶었다. 온라인 웹디자이너의 장점은, 아주 좋은 회사가 많지는 않았지만, 은진이 일하던 정도 규모의 회사는 지천에 깔렸다. 사람이 없었지, 일자리가 없지는 않았다.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 되면서, 여러 브랜드사와 온라인 대행사가 떠오르고 있었다.


지수는 은근 결단력이 있었다. 필리핀 어학 연수를 가게 된 것도, 붙은 회사가 있는데도 굳이 가지 않고, 자신의 길을 찾은 것도, 수진에게 월급을 주기로 한 것도, 그리고 은진을 부르게 된 것도 그랬다. 사실 수진은 자신과 옷을 떼오고, 네고를 하는 기획 MD 역할로서 확실했지만, 은진은 신제품이 아직 아주 많지는 않았어서, 웹다지인을 매번 할 건은 없었다. 하지만 자기가 손이 부쳐 가끔 실수도 생기곤 했던 배송과 소비자 대응 서비스도 맡기기로 했다.


지수가 월급을 주고 있긴 하지만, 지수는 정작 가장 업무에 있어서 전문성은 떨어졌고, 그걸 본인도 알고 있었다. 수진보다 옷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고, 은진처럼 웹에 관한 테크니컬한 부분을 잘 알지 못했다. 그리고 수진과 은진은 회사에서 이미 정신 마사지가 된 상태라서, 지수가 월급을 준다는 사실이 이미 약간 상사 같은 느낌이 들어서, 지수를 존중했다. 수진과 은진은 회사에서도 일을 괜찮게 하는 편이었는데, 따로 나와서 하니 능력에 의욕이 붙어서인지 능력이 더 십분 발휘되는 기분이었다. 수진은 원하던 디자인을 조금씩 제안했고, 지수는 수진의 제안에 귀기울였다. 수진과 지수가 옷을 셀렉하면, 은진은 그 옷을 또 웹에서 더 잘 보이게 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화장품은 맨날 똑같았다. 구름 같이 가벼운 벨벳 틴트, 속은 촉촉한 세럼, 유해성분이 몇 가지가 첨가되지 않은 안전한 성분.. 맨날 비슷한 얘기를 하니 지겨웠는데, 패션 쪽으로 업을 바꾸니 좀 더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개진하게 되었다. 한 마디로 윈윈이었고, 셋의 시너지가 좋았다.


그렇게 매출이 커져서, 한 명 한 명 사람을 뽑기 시작한 것이 20명이 되었다. 제품 수가 늘어날 수록, 주문 건수가 늘어날수록, 각종 이벤트가 많아질수록, 재구매 고객이 많아질수록 일은 늘어났다. 더 많은 기획 MD가 필요했고, 배송 업무 담당이 필요했고, 소비자 CRM 담당자가 필요해졌고, 조직을 크게 할 수록 월급이나, 각종 비용 청구를 하는 서무 역할도 필요해졌다. 더 이상 집에서 할 수 없을 때는 작은 공간을 빌려야 했는데, 재고가 많은 업종 특성상, 사무실 공간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각종 재고도 많이 쌓아둘 수 있는 반 사무실, 반 창고 같은 장소가 필요했다. 옷은 기본적으로 지수가 모델이 되어 야외 촬영을 하긴 했지만, 악세사리류는 회사에서 조명을 설치하고 미니 스튜디오처럼 촬영하기도 했다. 사무실 한 구석은 촬영 장소가 되었다.


지수, 수진, 은진이 판매하던 옷 종류는 10종류를 넘을 수 없었다. 우선 배송 관리가 힘들었다. 직원이 20명이 될때쯤엔 옷 종류가 50 종류 쯤 되었다. 말이 50종류지, 시즌이 3개월인 의류 업계 특성 상, 3개월 단위로 몇십개 옷을 오더하고, 판매를 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직원이 20명쯤 되었을 때는 그냥 개인 판매가 아닌 한개의 샵처럼 성장해서, 브랜드도 만들었다. 브러시라는 브랜드는 그 때 만들어졌다. 브러시라고 지은데는 큰 이유는 없었다. 지수가 다른 브랜드들을 봐도 다들 이름이 큰 의미는 없어 보였다. 이름이 더 좋다고 고급스럽거나, 매출이 더 잘 되는 건 아니었다. 그냥 너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양치질을 하다가 칫솔을 보고 Brush라고 지었다.


20명이 넘어갈 때 쯤, 인플루언서들이 화장품 사업에 많이 뛰어들기 시작했다. 여러 패션 쇼핑몰로 시작한 브랜드들도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마침 은진이 웹디자이너이긴 하지만, 화장품 회사 출신이라서, 지수 은진 수진은 화장품 사업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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