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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하철단골 Oct 22. 2019

내 이름은 이효리, 거꾸로 해도 이효리

개명 희망자


내 기억에 이효리가 한 때 패떴에서 '내 이름은 이효리, 거꾸로 해도 이효리'라며 랩을 선보인적이 있다. 그 때 국민 MC 유재석은 그런 그녀를 놀리듯이 웃었다. 하지만 이효리는 그걸 역이용해서 보란듯이 정말 자신의 정식 음원에 그 가사를 이용해 랩을 넣었다.


처음 핑클이 세상에 나왔을 때 성유리, 옥주현, 이진은 모두 있을 법한 이름인데 이효리는 특이한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당시에 본명으로 이효리라는 이름을 지어준 부모님들의 작명 센스는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내 이름은 조상범이다. 나는 내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지 조상범으로 살아온 세월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지는 모르겠다. 사회의 틀에 맞춰 온 삶이 답답했고 늘 남과 나를 비교하며 나의 부족한 점을 찾아 극복하려고 했던 것이 피곤했다. 회사에서 별 의미도 없는 말들을 자신 있게 쏟아내는 사람들의 근자감이 한심하기보다 오히려 부러웠다. 그런데 그런 나의 어딘가 억눌려 있는듯한 마음이 모두 괜히 이름과 연결지어지기는 기분도 들었다.


실용적으로도 내 이름은 참 불편한 이름이다. 원래 '감사합니다'를 순서를 잘못쳐서 '감사하빈다'라고 종종 오타를 내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나의 경우 ㅈ ㅗ ㅅ ㅏ ㅇ ㅂ ㅓ ㅁ을 순서대로 치지 않고 실수로 ㅈ ㅗ ㅅ ㅇ ㅏ ㅂ ㅓ ㅁ을 치는 경우가 간혹 생겼다. (어떻게 쳐지는 것이냐고 묻지 마시고 한 번 쳐 보시길) 회사 메일을 쓰다가 그렇게 오타를 낼 때면 정말 아찔하다. 솔직히 말하면 실수로 저렇게 메일을 보낸적도 있다. 거짓말이 아니라 실제로 이름을 수백번 치다보면 저런 오타가 난다. 뿐만 아니다. 이니셜인 ㅅㅂ은 말 안해도 알 한국인의 대표 욕으로 쓰이는 이니셜과 같다. 중국어로는 어떤가. SB라고 하면 중국어로 SHABI의 약자로 아래와 같이 번역 된다. 앞으로도 중국 관련된 일을 많이 하고 싶은 나로서는 정말 치명적인 약자다.



또 한가지 개명하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는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좀 새롭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아는 지인이 개명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동안의 이름이 잘 맞지 않았다는 것을 두 세군데에 의뢰해서 확인했다고 한다. 거기에 남은 자신의 인생은 자기가 원하는 철학을 담아 주도적으로 살고자 하는 이유도 있었다고. 그래서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스스로 이름을 짓고 개명을 했다고 했다.


알아보니 개명은 1회에 한해서 특별한 이유 없이도 가능하다고 한다. 너무 잦은 개명은 범죄나 신분 세탁에 쓰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 여러 옛스러운 불행한 이름을 받은 이들이 현대 사회에 어울리지 않는 이름을 개명하고자 하는 니즈가 늘어나 그런 니즈를 반영한 새로운 제도인 것 같다.


당장 개명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쿠폰 중에 가장 소중한 쿠폰이 한번만 쓸 수 있는 쿠폰이다. 앞으로 좀 더 차근 차근히 생각해보고 내 인생 철학과 맞닿는 좋은 이름이 떠오를 때 개명 신청을 하려고 한다. 윤종신은 나이 50이 인생의 반이라며 처자식을 두고 외국을 훌쩍 떠났다. 그렇게 까지 하지는 못하더라도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항상 젊고 적극적인 마음가짐으로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언젠가 운명처럼 더 행복하고 자신있고 건강한 인생 후반부를 함께 해줄 새 이름이 떠올라주길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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