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무결함은 오히려 과학이 아니래요.
옛날에 했던 필기를 다시 정리해볼까 하다가 칼 포퍼의 반증 가능성이랑 토마스 쿤의 패러다임론에 대한 부분을 발견했다. 연결짓자면 모든 (과학적) 지식에는 유통기한이 존재할 수 밖에 없고, 개개인의 주관이 모여 합의를 통해 형성된 (지적) 프레임워크는 언제든 상반된 결과들과 새로운 합의에 의해 부정당할 수 있다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 주장이 과연 맞는 것인가?" 라는 비판적 이성주의 사고가 필요한데. 이러한 사고는 신에서 인간에게로 사유의 주체를 변화시켰고, 예정된 것은 없고 모든 지식에는 실패의 가능성, 즉 반증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설파했다. 칼 포퍼의 "완전무결함은 과학이 아니다." 라는 선언도 이러한 지적 흐름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말이다.
이러한 비판적 이성주의는 반대로 극단주의자들은 자신의 주장이 '무오류' 하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자기반성이 약할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러한 극단성은 필연적으로 다양성의 발전을 저해하고, 나아가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갓을 가로막는다. 정치를 좁은 의미로만 해석해도 다양한 정체성과 지향성을 가진 정당이 발전하는 것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사회주의의 한계점이기도 했는데, 역사에서 드러난 대부분의 사회주의 체제는 다양성이 존중되지 않았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단계로 발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왜 맑시스트들이 포퍼를 싫어하는지 알 것 같았달까)
그런데 지금도 그렇게 큰 발전이 있어온 것 같지는 않은데... (구태여 사회주의 이야기까지 안 꺼내더라도) 무오류를 가정하는 극단주의자들이 너무 많고 그들은 - 여전히 - 다양성을 가로막고 민주주의를 저해하고 있다. 크로포트킨의 "전체주의는 혁명의 무덤이 될 것이다." 라는 말처럼, 이 소 전체주의(Petit-Totallitarianism) 혹은 소 권위주의(Petit-Authoritarianism)는 민주주의의 무덤이 될... 아니 이미 무덤인 것 같은데, 자아성찰과 자기비판이 아닌 혐오와 공격은 이미 민주주의를 공격하는 훌륭한 칼이고 총이다.
'악플러' 들을 고소하겠다는 장동민이나, 여전히 사퇴하지 않는 탁현민, 동성애와 메갈을 조장한다며 페미니스트 교사를 공격하는 이들, 세상을 떠난 성폭력 피해자를 가십거리로 소비하던 언론사. 그 외에도 '우리 이니' 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시민사회 세력을 적폐로 규정하고 여전히 공격하고 있는 '달빛기사단' 이나 군소정당에게 투표하지 말라던 민주당, 퀴어와 장애인등 약자와 소수자를 혐오하며 자신들을 '래디컬 페미니스트' 라 부르는 이들까지, 음 너무 많다.(...)
사실 그들의 지적 프레임워크는 진작에 반박당하고 실패하기까지 했다. 그것도 오래 전에. 그런데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의 '무오류' 를 이야기하고 너무도 강력한 공격성을 보인다. 그리고 자신들을 '박해받는 소수' 로 기똥차게 프레이밍한다. 마치 여전히 지구가 평평하고, 지구가 둥글다는 이들에게 박해받는다고 생각하는 중세시대에서 온 것 같은 멋쟁이들처럼 말이다. 물론 지금 옳다고 믿는 것이 이후에도 옳다는 보장은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 반증 가능성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적어도, 폭력과 배제로 무언가를 이루고 누군가를 '패서' 목표를 성취하는 것이 (적어도 민주적으로) 옳지 않다는 당위이자 명제는 확립된지 꽤 오래되지 않았던가. 무오류를 주장하며 폭력을 휘두르는 자들의 거대한 세력은 한 7-80년 전 쯤 존재했고 어쨌거나 개박살이 났다. 그리고 그들의 자극적이고 꽤나 매력있어 보이던 주장은 '악한 것' 이라는 결론이 났다. 그들이 누구냐고? 바로 '나치' 였다.
<이 글은 2017년 9월 2일에 페이스북에 쓴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