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 되돌아보기
2018년 8월 17일.
아침에 문을 열고 나가면 더운 바람이 훅-하고 들어와야 하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차가운 바깥공기, 아직은 따가운 햇살, 맑은 하늘. 사진을 찍든 글을 쓰든 기록해놓고 싶은 기분 좋은 날씨였다.
다들 같은 마음인지 지하철에서도, 엘리베이터에서도, 인스타그램에서도 모두 날씨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요즘 들어 말을 안 듣는 몸뚱아리 덕에 병원을 세 군데나 들른 날이었지만 기분은 참 좋았다.
날씨 덕이었다.
기분이 좋은 김에 하던 일과 해야 할 일을 잠시 미루어두고 하지 않아도 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꺼내 들었다.
2년 전의 나를 되돌아보는 것.
2016년 12월부터 나는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여행의 감정을 기록하겠다며 노랗고 두꺼운 일기장을 샀고 한 달의 감정을 채워낸 김에 일 년의 감정도 꾸준히 채워냈다. 일 년의 감정을 채워낸 김에 여전히 매일을 채워나가고 있다.
매일 한 장의 종이를 채우는 것은 나에게 생각보다 큰 힘이 되어줬다. 특히 감당하기 힘든 감정이 갑작스레 몰려올 때면 ‘일기를 써야겠어’라며 일기장을 펴내 생각과 감정을 정리했다. 일기장은 나에게 꽤나 깊은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오늘, 날씨 덕에 기분이 좋은 나는 미뤄왔던 일을 시작해보려 한다. 꾸준히 채워오던 나만의 기록을 적당히 다듬고 적당히 걸러내어 참으로 공개적인 이 공간에 다시 기록하는 것. 나를 되돌아보고 그때의 생각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