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잘할 수 있을까요?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인턴 생활이 시작됐다.
사실 이 일은 내가 꽤 예전부터 원하던 일이었다. 작년 이맘때 쓰인, 그러나 금세 ‘작가의 서랍’에 넣어버려 나만 읽을 수 있게 된 <불합격 일기>까지 있으니 말이다. 처음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참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합격됐다는 안도감과 타지 생활에 대한 불안함, 주변 사람들에 대한 여러 종류의 미안함과 새로운 경험에 대한 기대가 함께 몰려왔다.
그리고- 복잡한 감정 느끼지 말고 하나만 느끼라는 듯이, 베트남 도착 하루 만에 내겐 외로움만이 가득해졌다. 고작 하루가 지났는데 한국 음식이 그리워졌고,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보고 싶어 졌다. 혼자 해외 여행을 떠났을 땐 그리 평화롭고 행복했는데 막상 여덟 달을 베트남에서 지낸다니 벌써부터 외롭기만 했다.
이 외로움과 무기력에 지지 않겠다며 외출을 시도했지만, 베트남의 더위에 지쳐 금세 숙소로 돌아왔고 숙소에 돌아오자 우울함이 더 강렬히 찾아왔다. 식욕도 생기질 않아 엄마가 챙겨준 카라멜로 저녁을 대신했는데, 알고 보니 베트남 도착 하루 만에 물갈이를 시작한 것이었다. 아무래도 밖에 나가 먹은 ‘카페 쓰어 다’의 얼음이 문제였던 것 같다. 하필 또 가장 외로울 때 몸이 아프다.
기분 전환을 하려 티비도 켜보고, SNS도 해보고, 좋아하는 노래도 들어보고,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연락도 해보고, 공기가 부족해 우울한가 싶어 환기도 시켜봤다. 평소에 귀찮아 꺼두었던 단톡 알람도 전부 켜놓았다.
하지만 역시나 무엇도 내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긴 어려웠다. 그렇게 그날 밤은, 이 곳에 혼자인 사람은 나뿐인 것 같다는 오버스러운 생각과 함께- 친구와, 연인과, 가족과 함께 온 여행객들이 참 부럽기만 했다.
사실 주변 사람들에겐 말하고 싶지 않은 솔직한 내 마음은,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싶을 뿐이었다.
- 외로움으로 시작된 베트남 인턴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