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이 지난 지금에야 베트남 생활에 적응한 나는, 그간 미뤄온 일들을 하나씩 시작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이렇게 베트남 생활을 글로 기록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글이 아닌 영상을 남기는 것이다. 오늘은 조금 늦었지만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하여 처음 느낀 감정들을 정리해보려 한다.
인천에서 하노이까지, 내 몸보다 무거운 가방들을 이끌고 하노이에 도착했다.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초록의 도시'였다. 우리나라 나무들이 귀엽게 느껴질 정도로 거대한 초록색 나무들. 그리고 그 나무들과 참 잘 어울리는 초록빛의 호수들.
하노이에는 크고 작은 호수들이 무려 300여 개나 된다고 한다. 구글 지도를 축소하고 확대하고 이리저리 움직여봐도 어디에나 하늘색 호수 그림이 있다. 내가 근무하는 곳에서 3분만 걸어도 자그마한 호수가 있고,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도 호수가 보인다.
서울이라면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은 호수-
장점이라면 어디에나 있는 호수 덕에 어딜 가도 '하노이'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이라면 안 그래도 높은 습도가 호수 때문에 더욱 높아지는 그런 기분이란 것이다.
초록빛 풍경 다음으로 내 눈에 들어온 건 오토바이. 베트남에선 자동차보다 오토바이가 편하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수많은 오토바이를 찾을 수 있다. 얼마 전에 처음으로 오토바이(-뒷자리에 얻어 탔지만) 경험을 해봤는데, 5분을 타니 저절로 알게 되었다. 베트남 사람들이 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지.
택시 혹은 내 두 발로는 갈 수 없는 곳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고, 분명 택시로는 답답했던 그 길이 오토바이를 타니 달라졌다. 매연 때문에 마스크를 꼈음에도 공기가 시원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와 함께, 나는 오토바이를 운전해선 안 되겠단 확신도 함께 얻었다. 매일 출퇴근길이 놀이공원에 다녀오는 기분이어서는 안될 테니까.
오토바이는 경험을 해보고서야 그의 장점과 자유로움을 느꼈지만 그 전에는 그저 나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시끄러운 존재일 뿐이었다. 신호를 잘 지키지 않는 오토바이들이 가득한 거리를 건널 때면 오토바이와 차들의 눈치를 보며 항상 긴장해야 했다.
때문에 나 같은 뚜벅이가 처음으로 마주한 주말의 호안끼엠 호수는 천국이었다. 관광객의 필수 코스인 호안끼엠 호수는 주말에 차량을 통제하기 때문이다. 쉴 새 없이 울려대는 경적소리를 뚫고 호안끼엠에 도착하면, 갑자기 평온해진 소리 속에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그게 참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음식.
베트남 음식이 맛있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왔지만, 첫날부터 물갈이를 한 나는 베트남 음식에 대한 불신이 좀 쌓여있었다. 경계를 해서 그런지 음식의 맛보단 모습을 보게 됐고, 길거리 음식은 나에겐 무서운 존재였다. 물론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물갈이는 싹 나았으며 그와 함께 베트남 음식의 맛도 알아버렸다. 쌀국수가 질릴 때 즈음엔 쌀국수의 종류가 참 다양하단 것을 알게 됐다. 2500원 정도면 이 맛있는 쌀국수를 먹을 수 있으니, 나도 이제 베트남을 음식의 나라라 소개할 수 있겠다.
외로움과 두려움이 가득하여 글을 쓸 때와 달리, 이젠 나도 좀 더 차분히 베트남을 보고 쓸 수 있게 됐다. 적응을 하며 보낸 한 달의 시간이 아깝다고 느껴지니 이제는 정말 이곳에 살 준비를 마친 모양이다. 이제 경계심 가득한 여행자의 눈을 내려놓고 베트남의 진짜 모습을 바라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