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안녕히 지내시나요
퇴근을 하면서 네이버 블로그를 보다가 대학교 교수님 한 분이 생각났다. 내 대학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은 한 분의 교수님. 그분의 수업을 들으면 생각이 커지는 듯한 기분이 들어 좋아했던 교수님이다.
나는 1년 정도 교수님, 그리고 학과 친구들과 영화 비평 동아리 활동을 했다. 매주 영화 한 편을 보고 글을 써오면, 그 글에 대해 교수님이 피드백을 해주셨다. 글이 좋다 아니다라는 피드백이 아니라, 우리가 생각을 넓힐 수 있게 도와주는 그런 피드백이었다.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너가 쓴 그 말이 진심에서 우러나와 쓴 말인지 아니면 그냥 습관으로 쓴 말인지 물어보셨다. 때론 ‘이 문장은 이런 생각에서 나온 것 같아 좋다’라는 말씀도 해주시곤 했다.
그리고 그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헙, 난 그렇게까지 생각해서 쓴 말은 아닌데’ 하기도 했다. 뒷걸음 치다가 쥐를 잡게도 해주는 교수님이셨다.
그리고 가끔은 너무 날카롭게 내면을 들여다봐 나를 부끄럽게 만들기도 하셨고, 또 그런 통찰력 같은 능력에 신기함을 느끼기도 했다. ‘생각이 깊으면서 넓으면 글 하나에서 이렇게 많은 걸 볼 수 있구나-’란 생각이 절로 들곤 했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내가 줄곧 하던 생각이 있다.
세상엔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일이 있는데, 그중 어떤 일들은 사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일이구나. 세상은 너무 복잡하고 다양해서, 그리고 내가 볼 수 있는 면은 또 너무나 제한적이어서, 무언가를 완벽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위험한 생각이구나.
착한 건 뭐고 나쁜 건 뭐고, 착함은 어디서 오고 나쁨은 어디서 왔나. 좋은 건 뭐고 싫은 건 뭐고, 그건 또 어디서 왔나. 돌고 돌아도 답이 없는 생각들을 하곤 했다.
요즈음, 가끔은 사는 게 별 거 없다고 느끼고 또 가끔은 세상이 너무 무겁다 느낀다. 그래도 그때 배운 저 생각 하나, 결국에 완벽한 답이란 없다는 그 생각 하나가 자그마한 희망이 되어주곤 한다.
사실, 나는 정작 그 생각을 시작하게 해준 교수님을 단 한 번도 찾아가지 않았다. 졸업한 해엔 해외에 있단 이유로, 그 다음 해엔 취업 준비를 한다는 이유로. 그리고 결국 지금은, 취업은 했지만 내 모습이 자랑스럽지 않아 교수님을 찾아가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고 존경도 하던 교수님께 한 명의 지나가는 학생으로 기억되는 것이 내심 아쉽지만, 또 그게 적절한 관계의 깊이인 것 같기도 하다.
그냥 내 기억 속 멋있는 교수님이 갑자기 떠올랐다.
지난 일기. 2021.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