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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중간만 가는 것도 어렵다.

by 중소기업직장인

회사는 사실 우리에게 처음부터 큰 기대를 걸지 않습니다. 중소기업이 우리를 판단하는 기준은 제출된 이력서와 면접시에 한시간 정도 나눈 대화가 전부입니다. 결국 우리에게 사용한 시간은 길어야 두세 시간이며 그것 만으로 우리를 판단하고 선발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채용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가끔 우스개 소리로 사람 사이의 인연을 강조하며 회사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은 그러할 운명이었을 것이라 일종의 운명론을 주장하곤 합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취업 시 준비하시는 자기소개서 및 경력기술서와 면접관들과 직접 대면하는 면접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시겠죠?


아무튼 중소기업의 채용은 객관성보다 실무진과 면접관의 주관적인 판단이 매우 많이 포함된다는 걸 미리 알아 두시면 좋습니다.


채용담당자는 보통 채용대상자중에 우리 회사 분위기에 잘 적응할 것 같고, 그나마 일을 잘 할 것 같은 말그대로 추정과 짐작에 의한 그럴 것 같은 사람을 선발합니다. 온통 그럴 것이다, 그런 것 같다, 이런 느낌이다 같은 온갖 추정의 집합체 입니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채용이 대체적으로 '일을 알아서 잘하며 회사분위기에 잘 맞고 사람들과 잘 지내는'사람을 원하지만 정말 그런지 확실히 판단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지요. 특히 3~4년 이하의 경력을 가진 직원을 뽑을 때는 더욱 많은 느낌과 추정에 의해 선발할 수 밖에 없습니다.


중소기업에서는 이런 현상이 당연한 것입니다. 채용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나 새로운 패러다임이 생기지 않는 이상 변화하지 않을 모습입니다.


여러분이 입사 시에 스스로를 속이지 않았으며 그 회사가 원하는 업무를 진행할 수 있고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회사와 여러분 간에 상호 신뢰의 원칙으로 취업이 진행되었다면 일단 처음부터 일을 잘해야 해 라는 강박관념을 갖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런 생각은 부질없으며 쓸데없는 행동일 수 있습니다.


냉정하게 생각한다면 회사는 여러분들에게 처음부터 잘하는 것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저 여러분이 담당한 업무가 적당하게, 아무런 사고없이, 타인의 큰 도움없이 처리되길 바랍니다.


심지어 입사한지 얼마 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업무적으로 두각을 나타낸다면 처음 몇 번은 칭찬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기대치가 너무 높아져 버려서 곤란할 수도 있고, 주위 동료로부터 시기 질투의 대상이 될 수도 있으며 사실이 절대 아닌 데도 불구하고 일은 잘하는데 성격이 건방지다 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습니다. 매우 부조리하고 불합리하고 짜증나지고 어처구니없지만 이런 모습이 중소기업의 현실입니다.


우리가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이상 '적당히'라는 단어를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두각을 나타내거나 업무적인 높은 성과를 내지 말라는 이야기가 절대 아닙니다. 다각적인 판단 하에 자신이 손해보지 않고 나중에 감당할 수 있으며 지금이 능히 그럴 기회라고 생각한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단 내가 일을 배워 나가는 3~4년차 이하의 중소기업 직원이라면 업무를 잘하겠다는 욕심은 일단 내려놓고 원활한 적응을 통해 무리 없이, 남들 하는 만큼 업무에 익숙해지는 것에 집중합시다.


직선을 그려봅시다. 그리고 그 직선의 양 끝에 일을 잘 하는것과 못하는 것을 배치시켜봅시다. 분명하게 일을 잘 하는것과 못하는 것은 양쪽 끝에만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럼 적당하다는 수준은 직성의 가운데에 위치하게 되지만 그 수준에 대한 판단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일정한 범위를 지니게 됩니다. 적어도 양끝의 일을 잘하고 못하는 수준의 범위 보다는 넓은 범위를 차지하고 있을 겁니다.


그냥 너무 세세히 따지지 말고 개념적으로 생각해봅시다. 일을 잘 하는것과 못하는 것보다 적당하게 하는 것이 더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지요. 그러니 일단 먼저 일을 적당하게 처리하시면 됩니다.


우리가 업무를 적당히 처리할 수 있게 되었고, 익숙해졌다면 그때서야 업무를 잘할 수 있는 준비가 된 것입니다.


중소기업의 직원에 대한 기대와 적당히 일한다는 것에 대한 이해, 조금은 되셨을까요?


여러분 조급하지 마시고 마음을 편히 가지세요. 우리는 사회 대다수라는 범주에 들어가는 평범한 보통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비관하지도 자만하지도 말고 적당히 스스로 만족하면서 꾸준히 나아가기만 하는 것을 목표로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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