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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경험은 꼭 남기자

by 중소기업직장인

사회 초년생의 지칠 줄 모르는 기운 덕분일까요? 처음 일했던 벤처기업에서는 정말 뭐든 열심히 의욕적으로 했던 것 같습니다. 하나라도 더 배우고 하나라도 더 지식으로 만들기 위해 성실한 과정을 보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회 초년생이 배워봐야 많이 배울 수가 있을까요? 열심히 한다고 하다가 일이나 망치지만 않음 다행입니다. 할 줄 아는 것이 없으니 1시간 전에 출근하고 1~2시간 후에 퇴근하는, 무식하게 성실한 척했을 뿐입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노력했다고 생각은 하지만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일 뿐입니다.


아 물론 결과는 좋지 않았어요!


왜냐구요? 회사가 망했거든요!


그래서 또! 그 동한 일한 기간 기간의 급여에서 절반도 받지 못했습니다. 일년이 되기 전에 망했기 때문에 물론 퇴직급도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지독하게 혹독한 사회의 첫발이었습니다.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죠. 고용노동부에 몇 번이고 찾아가서 상담하고 민원을 넣고, 대표이사를 소환해서 면담도 하고 지급 명령도 이끌어냈습니다. 그리고 법원으로 이관되어 처리를 진행했죠.


법원으로 이관된 후 거의 1년 정도? 되는 시간이 지나고 출석통지가 와서 부푼 마음을 품고 법원으로 갔습니다. 한참 동안을 대기한 끝에 제가 들은 말은 회사가 폐업을 해버려서 밀린 급여는 한 푼도 받지 못한다 라는 것이었죠. 네 한 푼도 못 받았습니다. 돈은 커녕 대표이사의 사과 한마디도 못 들은 채로 끝났습니다. 네, 지금과 달리 그때는 그랬습니다. 권선징악도 고진갑래도 해피엔딩도 없는 시간과 건강과 돈까지 손해만 잔뜩 본, 경력에 한 줄 넣을 수도 없는 매우 참담한 첫 직장이었고 실망스러운 현실 이었습니다. 여기 까지가 과정도 결과도 좋지 않은 제 첫 직장의 마무리였습니다.


과정과 결과, 어느 것이 중요할까요?


둘 다 중요할 수도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요. 세상에는 셀 수 없는 변수들과 너무 많은 상황들이 존재하므로 정답이 있는 질문은 아닙니다.


그래도 확실한 것은 하나 있습니다. 치열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과정을 보냈지만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적당히 진행했지만 너무나도 운이 좋아서 결과가 너무 좋더라도, 저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과정과 결과를 겪어도, 적어도! 그 과정과 결과의 경험만큼 누구도 알 수 없는 절대적으로 내 스스로의 것이죠. 그리고 특히 어려운 상황에서의 경험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지표가 되기 충분합니다.


좋지 않은 경험을 해보라는 말은 절대 절대 절대 아닙니다. 살다 보면 너무 불합리하고 어처구니없고 억울하고 그런 상황이 아주 높은 확률로 몇 번은 발생하게 됩니다. 불가항력이라고도 하죠. 그렇다고 그냥 모든 것을 포기하고 세상은 원래 그런 거니까 라는 생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자책만 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일단 그러한 경험을 했다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이런 일이 발생할 수도 있구나, 적어도 또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정신적으로 흔들리지 말고 손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전환하자 라는 다짐을 했습니다. 사실 지나간 일이기 때문에, 그러한 과정을 겪었고 결과를 받았기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 도 있습니다. 만약 또 유사하게 억울하고 불가항력적인 일이 벌어진다면 그때와 다르게, 의연하게 넘기기 수 있을까요? 아마 많은 고민을 하고 또 어려운 시간을 보낼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때보다는 덜 상처받고 덜 손해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왜냐면 저에게는 경험이 주는 조금 더 단단해진 마음이 생겼으니까요.


주변에 불합리하고 억울한, 힘든 일을 마주한 그런 분이 계신다면. 아픈 일, 어려운 일, 억울한 일 등등 좋지 않은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모두에게.여러분들 탓이 절대 아닙니다. 천재지변처럼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예요. 잘 하셨고 잘 하실 것이며, 잘 될 거예요. 지금의 경험을 통해 더 성숙해질 것이고 더 좋은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여러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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