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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비난보다 응원

by 중소기업직장인

안타깝게도 첫 회사를 그만두는 시기에 친할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한참 눈이 내리던 겨울이었고 기분도 날씨도 주변 분위기도 너무 냉정하고 추웠던 기억이 납니다. 장례식은 할머니 고향에서 마을장으로 진행되었고 장례시설이 아니었던 터라 저를 비롯한 일가친척 및 가족들이 직접 빈소를 운영해야 했습니다. 매우 정신도 없었고 바쁘게 돌아갔으며, 도시가 아닌 시골 마을에서의 장례식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보는 현실적 풍경은 아니었던 것 같네요. 그래서 사회에서 첫발이 처참하게 실패했음에도 다행인지 불행이지 그 실패에 대한 생각이 다소 희석될 수 있었습니다만 처음 겪은 힘든 상황이 갑자기 사라지는 일은 있을 수가 없죠.


오래된 기억이지만 여러 좋지 않은 상황이 겹치면서 당시에 저는 불필요할 정도로 모든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감정 소모 역시 매우 컸습니다.


매일매일 눈을 뜨면 세수도 하지 않고 컴퓨터부터 킨 후 채용사이트를 살펴보며 이력서를 수정하고 입사지원부터 하는 것이 하루의 일과의 시작이었습니다. 졸업한 후 취업시기가 훌쩍 지났는데도 백수라는 자격지심 때문에 가족들이 있는 거실로는 나가지도 못했고 심지어 식사도 가족들을 피해 혼자 차려 먹기 일수였습니다.


저를 가장 많이 응원해주고 누구보다 제 편이 되는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제 감정만 생각한 불필요하고 못된 행동이었습니다. 그런 생활이 지속되니 저도 나름대로 노력한다고 살았겠지만 가족들, 특히 어머니의 시선에서는 당연히 부족하고 못마땅할 수밖에 없었겠지요.


고3시절 보다 더 많은, 우리 부모님들이 흔히들 하는 모든 종류의 잔소리를 그때 전부 들었던 것 같습니다. 취직은 잘 준비하고 있는 거냐, 매일 방안에서 처박혀서 뭐하냐, 나가서 사람들도 만나고 그래라, 너를 잘못 키운 내 잘못이다 등등.


그때 제 심정이요? 아마 마음이 썩어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에는 잔소리 좀 그만하라고, 저도 노력하고 있다고 화를 내고 싶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화를 절대 낼 수 없는 상황이죠, 제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하는 일이며 화낸다고 변하거나 좋아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제 진심은 이랬습니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취직이 안됩니다. 사실 죄송하고 부끄러워서 방 밖으로 나가기가 어렵습니다. 경제활동을 못하니 돈도 없어서 사람을 만날 수가 없네요. 이 나이에 용돈을 달라고 하는 건 말도 안됩니다. 저도 노력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한다고 하더라도 자격지심에 푹 절어 있는 아들 모습에 어머니가 더 힘드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서로에게 상처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어머니의 잔소리가 저에게 상처를 주기 위함이 아니었던 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취업을 하지 못하고 방안에만 있는 제 행동 역시 어머니께 상처를 주기 위함이 아니었겠죠. 엄마! 늘 감사해요! 사랑합니다!


늘 열심히 노력하고 인기가 많은 축구선수가 있습니다. 그 선수가 매 경기에서 골을 넣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잘 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응원하지요.


이런 비유를 들면서 어머니께 저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까 조금만 더 믿어 주시고 타박보다는 응원을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한참을 생각하던 어머니도 누굴 닮았는지 정말 말은 잘한다 고 살짝 퉁명스럽게 말씀하셨지만 그 후로 저를 더 믿어 주시고 응원해 주셨습니다. 결국, 제 상황은 그 이후 몇달 더 좋지 않았지만 적어도 집안 분위기는 즉시 좋아질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주어진 상황에 의해, 어떠한 분위기에 의해 상대방의 의도와는 완전히 다르게 생각하고 오해하고 다툼을 만들기 마련입니다. 착각에 의해서 상대방을 미워할 때도 있고 상대방 역시 잘못된 인식을 통해 나를 좋지 않은 사람으로 평가할 때도 있습니다. 사실이 절대 아님에도 불구하고요. 정말 심한 경우에는 사실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그럴 듯하게 사실처럼 만들어서 상대방을 매도하고, 아님 말고 라는 식으로 말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저희는 신이 아닙니다. 매번 늘 평정심을 가지고 상황을 판단하고 효율적이고 공평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논리적 판단과 이성과 도덕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서로에게 잘못된 판단을 할 경우 자초지종을 살펴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파악하고 바로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적어도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과 상대방에 대한 평가는 보다 신중하시길 당부 드립니다. 잘못된 후 바로잡는 것 보다 바르게 먼저 판단하는 것이 서로에게 더 좋은 일이니까요.우리는 서로 상처주는 것 보다 서로 독려할 수 있을 때 더 큰 성취와 좋은 기분을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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