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했던 첫 회사에서의 멍청했던 경험 중 하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첫 회사를 다닐 당시 회사의 물품을 전시회장으로 옮기거나 영업 이사님을 지원하기 위해서 운전해야 할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실시간으로 망해가는 회사인데 물론 회사차가 있었을까요? 영업이사님 역시 조금 멀리 사시는 분이었는데 자기차가 아닌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차 막히는 것이 싫다고 하시면서요.
차는 그럼 어디서?
네... 운전도 제가 했지만 차는 무려 제차도 아닌 아버지 차를 빌려서 사용했습니다. 아버지는 신입사원인 아들에게 하나라도 도움을 주고자 빌려주셨겠지요. 아빠 늘 여전히 너무 사랑해요!!
뭐 그랬습니다. 그때는... 뭔가 회사에 대한 이상한 충성심이 사회에 만연하던 때였으니까요. 아무튼 열심히 집 차를 업무에 사용하고 주유나 통행료 영수증을 차곡차곡 모았습니다. 가물가물 하지만 한달 가까이 사용하고 2~30만원의 비용을 청구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회계부서에서 처음 들은 말은 ‘이렇게 많은 금액을 한꺼번에 청구하면 어떻게 하냐?’였습니다.
지금이었으면 조목조목 따지고 들었겠지만 사회 초년생이었던 저는 ‘뭔가 내가 잘못한 게 있나?’ 라고 아주 매우 멍청한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들려오는 소리는 월급도 밀리고 있는데 차 운행에 따른 비용정산을 못해주겠다, 사정이 어려우니 나중에 주겠다 도 아니고 막무가내 식의 그냥 못 준다 라는 이야기였었죠. 지금이라면 아니 이게 무슨 X소리인가 라고 먼저 생각한 다음 규정과 법률에 근거해서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하나 하나 따지겠지만 그때의 저는 그냥 꿀 먹은 벙어리 였습니다.
사무실에서 시끄러운 분위기가 연출되자 가만히 지켜보던 영업이사님이 절 밖으로 데리고 나갔고 회사에 돈이 없어 회계부서가 민감해서 그러니 추후에 지급이 될 거라고 했습니다만, 이미 말씀드려서 아시겠죠? 회사는 망했습니다. 전 한 푼도 못 받았습니다.
가끔 개인의 물품을, 아주 사소한 거라고 할 수 있지만 회사에서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개인 휴대폰을 업무통화에 사용하는 정도는 넘어가겠습니다. 스스로 업무용도로 개인 물품을 사용하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다면 그건 개인 취향이라고 하겠습니다. 또한 여러분이 경제적으로 너~~~무 여유롭기 때문에 취미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며 베풀지 않으면 살지 못하는 성격이시라고 하시면 그것도 인정합니다.
그렇지 않은 이상 적어도 정당한 대가는 받을 수 있을 때 개인의 것을 업무에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너무 따지는 것 아니냐 피곤하게 사는 것 아니냐 라고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 개인들은 업무의 대가로 업무에 필요한 유무형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존재인데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고 먼저 스스로 나서서 개인의 것을 사용해야 할까요? 기본적으로 회사는 직원의 채용과 운용을 통해 수익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원은 회사의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비용은 특정한 경우 국가에서 지원받을 수도 있으며, 법인세 절감의 근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회사원이 자신의 것을 사용하여 손해 볼 필요가 없습니다. 적어도 내 개인 물품을 회사에서 사용함으로써 무언가 인정받을 수 있고 인사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확신 말고 증거가 있을 때, 적어도 손해보지 않는 선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나에게 뭐가 있으며 이걸 회사에서 쓸 수 있다는 투의 말과 행동은 한번만 자제하시고 다시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사회에서는 불행하게도... 베풀수록 돌려받기보다 손해보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말도 있지요. 무턱대고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회사에 대한 의욕도, 충성심도, 잘 보이고 싶은 마음도 전부 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보다 현명하게 회사와 주고받을 수 있는 가치를 정확히 따져보는 습관을 가지시길 당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