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Exercising, Start Training
운동은 항상 내 인생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존재 했던 것 같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어린시절 걸어다니다가도 덤블링을 돌거나, 길을 건너기 전에 기다리면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어딘가 메달려 있었다고 한다. 타고난 산만함 덕에, 초등학교 부터는 빙상스포츠를 시작하여 서울시 대표로 스케이트를 타기도 하고, 태권도 어린이 시범단으로 유럽 5개국 순방을 다녀오기도 하였다. 뉴질랜드로 이주를 한 이후에는 친구들을 사귀려고 럭비와 스케이트보드를 배웠고, 결국에는 대학도 스포츠 과학을 전공하게 되었다. 대학생 시절 시작한 첫 아르바이트는 럭비선수들을 자주 담당하는 피트니스 인스트럭터 생활을 하다가, 졸업반때는 스포츠 팀에서 자원해서 일을 할 수 있었고, 코치님의 배려로 대표팀에서도 일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처음엔 노력없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운동의 정직함이 좋아서 선택했지만, 운동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사회를 배우고, 또 스포츠의 문화에 매료되서 지금까지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다수의 스포츠, 선수, 구단, 단체 등과 트레이너 혹은 스포츠 과학자라는 타이틀로서 일을 해왔다. 2012년 12월, 나의 멘토이자 동료 Dr. Erwin Valencia (현 뉴욕 닉스의 메디컬 디렉터) 와 함께 스포츠 과학관련 교육회사를 설립하고 트레이너로서가 아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처음으로 이 사회에서 내가 몸담고 있던 운동이란 어떤 존재가치가 있으며 사회적인 역할이 있는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운동 분야에서 지식은 양극화의 격차가 다른 전공분야 보다 더 큰것 처럼 느껴진다. 운동은 그저 ‘몸쓰는일’ 로 치부되기도 하고, ‘머리쓰는일’ 에 비해 천대받기도 한다. 하지만 운동을 더 ‘잘’ 하려면 좋은 판단능력과 경험을 토대로한 효과적인 두뇌활동이 필요한 것은 더할 나위 없고, 머리를 잘 쓰려해도 결국은 몸이 건강해야 하지 않을까? 운동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 할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운동이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상세히 따져보고자 한다. 과연 단순히 하루에 30분씩 산책을 하면 건강이 증진되고, 일주일에 두번씩 헬스장에서 웨이트를 하면 몸매가 가꿔지는 걸까 그리고 ‘운동’ 이라는 행위만으로 우리 삶의 질이 궁극적으로 향상 될 수 있을까?
#1 운동과 훈련의 차이 (No Why, No Try)
“Stop Exercising, Start Training” 은 몇해전 나이키에서 NTC (NIKE TRAINING CLUB) 라는 스마트 앱을 출시 하면서 캠페인 표어로 많이 알려진 문구다. 의미를 해석해 보자면, 단지 운동만 하는게 아니라 체계적으로 짜여진 훈련 프로그램을 따르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운동 (Exercise) 이란 우리가 평소에 쉽게 볼 수 있는 스쿼트, 필라테스, 등산, 조깅등 여러 신체활동 (Physical Activity) 을 포괄적으로 일반화시킨 단어이다. 능동적인 신체활동을 통해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불특정 다수의 수단을 의미하고, 반대로 말하자면 포괄적인 대신, 명확한 의미는 없다. 하지만, 훈련 (Training) 이란 많은 증명을 통해서 조금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효과를 얻기 위해 운동을 체계적으로 배열하고 주기화하여 프로그래밍 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트레이너 (Trainer; 훈련을 제공하는 사람) 는 그저 운동을 제공만 (Provider) 하는 사람이 아닌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특정 목적이나 대상에 맞춰서 디자인 하는 직업이다. 많이들 미디어를 통해서 ‘쵸콜렛 복근 만들기 운동’, ‘골프 비거리 늘이기 스트레칭’ 등 단편적인 운동만 집중해서 배우거나, 화려한 고가의 장비를 선호해서 찾아다니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그럴때마다 그 이유에 대해 질문 해보는 습관을 들여볼 것을 추천한다. 이 운동이 ‘왜’ 이 결과를 내는지, 이 장비는 ‘왜’ 비싼지 그리고 그게 정말 나에게 필요한 부분인지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Why” 가 없는 “Try” 는 그야말로 초점없는 동공처럼, 방향성이 배제된 운동을 위한 운동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운동장비나 검사장비의 가격이 비싸지는데는 대부분 특정 기술력이 개발 / 도입되기 때문인데, 흔히들 명품 운동장비로 불리우는 카이저 (Keiser) 를 예로 들어보자. 카이저는 중력을 저항으로 활용하는 일반 웨이트 장비와는 다르게 공기압을 저항으로 활용하고, 그 저항이 운동에 일정하게 공급 될 수 있도록 하는 기술력에 특허를 가지고 있다. 이 기술력은 파워를 중요시 하는 스포츠에서 대체불가능한 역할을 해왔으며, 우리 분야를 한단계 더 성장 시켜준 도구임에는 분명하다. 파워랙을 기준으로 보자면 일반랙에 비해서 가격이 10배 정도 까지 비싼편인데.. 그렇다면 카이저가 다른 제품보다 모든 분야에서 절대적으로 더 좋은 효과를 낼까? 답은 물론 ‘No’ 다. 이는, 스포츠카가 해치백보다 더 좋으냐고 물어보는 것과 똑같다. 더 빠르지만 불편할지 모르고, 출근 시간을 얼마나 앞당겨 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결국은 스스로가 어떤 것을 하느냐 혹은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한것이 아니라 왜 하느냐 그리고 그것들을 효과적으로 활용 할 수 있는 시스템의 존재 유무가 중요한 것이다.
많이들 운동을 ‘도구’, 훈련은 ‘시스템’ 에 비유를 하곤 하는데, 전 LA Dodgers 의 수석트레이너 이자 EXOS 의 부사장을 역임했던 Sue Falsone 는 “도구는 너의 시스템을 표현하는데 도움을 줄 뿐, 시스템의 완성은 너의 고민을 반영해야 한다” 고 하였고, 실제 IASTM 도구를 만드는 회사 Fibroblaster 의 창업자 Dr. Jacob Fey 는 “도구의 마스터 (Tool Master) 가 되려하지말고, 목수 (Carpenter) 가 되는 법을 배우라” 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주제가 말하듯이 단순한 운동에서 멈추지 말고, 체계화된 훈련을 통해서 조금 더 가치있는 운동을 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여느 시장이나 그렇듯이, 대중은 조금 더 빠르고 자극적인 것들을 선호하고, 이는 운동산업에서 또한 지극히 마찬가지이다. 그래도 ‘Quality over Quantity’ 양보다 질을 추구하는 유기농이, 질보다 양을 위해 태어난 GMO 보다는 가치가 높아야하지 않을까? 운동에서 더 높은 질이란 체계적으로 고려된 시스템을 의미하고 이를 찾는 수요가 있어야 공급하는 시장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
#2 프로그램 디자인 (Have Control)
훈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함은 나만의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트레이너라는 직업의 가장 큰 즐거움을 고르자면 수집된 정보와 데이터를 분석하고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이를 프로그램 디자인이라고 부르고 이를 통해 스포츠 과학이 전문분야가 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성숙하게 디자인된 프로그램은 어느정도 예측 가능한 부상의 확률을 줄이고 운동 기능을 유지/향상 시킬수 있을 뿐 아니라 다음 세대에게 귀중한 자료로도 사용될 수 있다. 요즘 백종원의 골목시장이라는 예능프로그램을 즐겨보는데, 요식업에서 그가 가진 노하우와 경험이 단기간에 점주들과 상권을 효율적으로 도울 수 있음에 많은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다. 트레이닝 또한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잘 설계된 시스템과 숙련도가 뒷받침 되면서 운동을 하는 개개인도, 운동의 상권도 함께 성장하기를 바란다.
프로그램 디자인에는 두가지의 큰 맥락이 존재하는데, 검사 (Assessment) 를 통해 프로그램의 구성요소들을 설계하는 과정과, 관리 (Monitoring) 를 통해 프로그램의 수정 및 보수를 하는 작업이다. 모든 사람이 같은 운동을 하는 것 혹은 다른 운동을 하는 것 무엇이 더 효율적인 방법일까? 운동을 선택함에 있어서 효율성이란 내가 부족한 것 (Deficiency) 을 얼마나 더 잘 보완 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그리고 우선 그 보완점을 찾아내는 방법에는 주관적인 (Subjective) 목표 설정과 객관적인 (Objective) 검사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다수의 경우 트레이닝의 목적이 단지 근육의 아름다움 만은 아닐 것이다. 내 아버지같이 매일 두번 한시간씩 강아지와 산책을 하는것일 수 도 있고, 졸업생이 내년 세계일주를 위해서 체력의 준비를 하기 위함 일지도 모른다. 주관적인 목표를 설정 함으로서 열명이 실행하는 같은 종류의 운동도 열가지 각기 목적이 다른 훈련이 되는 것이다. 반면, 객관적인 검사는 수집된 데이터가 통계적으로 증명된 기준값에 충족하는 능력치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 (Weakness) 과 충분한 강점 (Strength) 를 구별하기 위해 진행한다. 검사를 통해 취득한 데이터가 충분한 객관적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 트레이너는 검사를 설계하고 진행할 때 타당도 (Validity), 신뢰도 (Reliability), 민감도 (Sensitivity) 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검사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에 끊임없는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검사에서 수집된 데이터가 긍정적인 적응도와 효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해 정기적으로 재검사를 하고, 선수의 경우 시합 혹은 연습에 앞서 신체적 준비도 (Physical Readiness) 를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훈련 프로그램을 보수 및 수정 하게는데, 이러한 재검사와 준비도의 확인을 프로그램의 관리 (Monitoring) 라 부른다.
<Assessment to Build> *Hardware
* Subjective Assessment: Quesitionnaire / Interview / Goal Setting
* Objective Assessment: Physical Capability / Physiological Capacity
<Monitoring to Adjust> *Software
* Intermittent Reassessment: Subjective Assessment / Objective Assessment
* Readiness Confirmation: Recovery Intervention / Training Load Alteration
건축 설계에 있어서 체계적인 시간표 (Timeline) 와 도면을 만드는게 중요하듯이 운동 프로그램의 설계에는 주기화 (Periodization) 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트레이너들이 ‘주에 몇번 운동이 가능한지’ 물어보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일주일에 네번 운동을 할 수 있다면, 보완해야할 요소들을 어떻게 풀어서 네번에 걸쳐서 나눌지 혹은 이주일동안 여덟번에 걸쳐서 나눌지를 고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기화는 예전 소련의 운동 생리학자 Dr. Leo Matveyev 가 4년에 한번씩 돌아오는 올림픽에 맞춰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기위해서 고안되었던 일종의 훈련계획표에서 처음 공식적으로 주기화의 모델이 소개되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국가의 계획이 개개인의 자유보다 위에 있는 사회주의 환경에서 명확한 목표 (금메달!) 를 두고 설계되었기 때문에, 각자의 삶과 일, 리듬이 존재하는 현 시대에서는 기존의 모델을 완벽하게 적용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많이 소개되는 주기화의 이론들을 그대로 접목하는 것보다, 초등학교때 방학 계획표를 짜듯이 각자의 상황에 맞게 설계하는 것에서 시작해 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물론 앞선 선구자들이 고안한 주기화의 이론에 대해서 충분히 공부한 이후에 생각해도 늦지는 않는다. 참고가 될만한 이론들로는 아래 이론들을 참고 해보기 바란다. 트레이닝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은 트레이니가 처음부터 계획을 세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트레이너의 조언 (Supervision) 을 참고하여 계획을 하고, 숙련도가 생기면서 조금씩 다음단계로 넘어가기를 추천한다
* Linear Periodization Model (Matveyev)
* Block Periodization Model (Issurin, Verkhoshansky, Bondarchuk)
* Undulating Periodization Model (Poliquin)
* Vertical Integration Model (Francis)
* Conjugate Method (Zatsiorsky)
위의 차트는 실제로 야구 선수를 위해 시즌과 목적별로 블럭을 나눠서 주기화를 시켜본 프로그램의 예제이다. 어떤 정보를 취득하기 위해서 검사를 진행할 것이며, 변화값을 재 수집하기 위해 재검사들은 각각 언제 진행이 될 지, 또한 나날이 진행되는 훈련 목표 (Quality) 는 어떻게 설정할지가 이 과정에 포함이 된다.
#3 운동의 선택 (Fueling Your Program)
언제 무엇을 위해 훈련을 진행해야 할지에 대한 계획이 세워졌다면, 마지막으로 하는일이 바로 운동의 선택 (Exercise Selection) 이다. 운동을 선택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향후에 더 이야기를 나누겠지만, 일반적으로는 교정운동, 준비운동, 움직임의 기술, 움직임의 타입, 회복운동 등으로 종류를 나눌수 있겠다. 운동을 선택한 이후에는 그때그때 세부적인 조정 (Micro Adjustment) 을 위해서 운동의 강도, 빈도, 그리고 양을 조절하며, 최후 수정이 이루어 질 수 있다. 일반적인 시각으로 위에 있는 프로그램의 예를 보았을때, “나는 운동에 하루 두세시간씩 할애할 시간이 없다”, “저 많은 양을 모두 트레이너에게 배우려면 얼마가 들겠느냐” 라고 질문 할 수 있을것 같다. 그리고, 직업이 운동이 아닌이상 나 또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럴때 우리는 우선순위를 설정 (Prioritization) 하여 가장 필요한 것 위주로 채워가야 하고, 나의 프로그램에 대해서 학습하고, 조금씩 스스로의 프로그램에 대해서 전문가가 되어, 자기 시간에 반복 실습하며, 지식과 경험을 쌓아 가는것이 필요하다.
#4 마무리 (Wrapping up..)
요리를 하려면 재료도 중요하지만, 레시피도 중요하다. 레시피가 없는 재료손질은 목적 없는 칼질이라 할 수 있고, 재료의 이해가 없는 레시피는 그야말로 계획을 위한 계획에 불과하다. 좋은 Exercise 또한 좋은 Training 과 함께 할때 빛을 발한다. 트레이닝을 디자인하는 트레이너와 운동을 하는 트레이니 모두 상호간의 이해를 통해 부족한 것들을 채우고 조금 더 효율적인 액티브 라이프 스타일을 함께 만들었으면 한다. 첫번째 포스팅에 지루한 주제였지만, 짬짬히 선수들의 케이스, 스포츠 별 이해 그리고 도움이 될만한 운동지식 세가지 주제로 앞으로 조금씩 경험했던 내용을 주제로 조금씩 소통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