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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프카 Oct 02. 2019

나는 글쓰기가 두렵지 않다

지난 4년간의 브런치 작가 생활을 되돌아보며

나는 일단 뭐라도 쓴다. 주제건, 첫 문장이건, 전하고 싶은 한 줄이건 상관없다. 생각나는 것을 쓴다. 물론 쓰다 보면 생각이 바뀌고, 처음 쓴 글은 형체도 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인가 써놓았다는 것이 중요하다.

무언가 써놓아야 하는 이유는 많다. 우리 뇌는 일단 시동이 걸리면 자동으로 작동하는 기계와 같다. 뭔가를 시작해야 비로소 해당 부위가 활성화된다. 그 일에 더 열중할 수 있는 의욕을 만들어낸다. 독일 정신의학자 에밀 크레펠린이 이름 붙인 '작동 흥분 이론'이다. 만약 글을 써야 한다면 제목이라도 써놓자. 뇌를 작동시키지도 않고 계속 미루면 끝내 못 쓴다. 시동을 걸어야 한다.

-강원국의 글쓰기


2016년 1월의 어느 날. 집을 떠나 낯선 객지 생활을 시작한 지 반년이 될 무렵이었다. 새로운 업무와 익숙하듯 낯선 여러 사람들을 마주하는 일은 괜찮았다. 하지만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면 마음이 허했다. 평범한 일상 속에 나름대로 지속하던 글쓰기의 부재에서 오는 공허함이었다.


앞으로 글 쓰는 삶을 지속할 수 있을까. 머릿속으로 숱한 물음표를 던졌다.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은 딱히 없었고 무엇부터 시작해야 될지 몰랐다. 이십 대부터 스스로 목표하고 꿈꿔왔던 것이 점점 옅어지고 있음을 스스로 직감하는 일상은 무료했다. 그때였다. 짧은 광고를 통해 새로운 글쓰기 플랫폼을 소개하는 영상을 목격했다. 이곳에서 다시 시작해볼까. 곧 행동으로 옮겼다. 작가 신청 도전 네 번째 만에 합격했다(처음 떨어졌을 때는 기분이 나빴다는 사실은 안 비밀이다. 최종 합격하고 나서야 알았다. 브런치팀에서 내게 준 합격의 의미에 대해서. 내 첫 구독자가 브런치팀이구나, 하고 말이다).


정리해보니, 한눈에 내가 그간 써왔던 패턴이 들어온다.


브런치 작가 생활 4년을 점검해보는 차원으로 정리해봤다. 2016년 연초 결의와 함께 시작된 브런치 생활은 고작 4편의 글로 마무리했다. 그때 당시 글을 읽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대부분 넋두리다. 글을 쓰고 싶은데 왜 망설이고 있는지, 변명만 풀어냈다. 2017년은 전년에 비해 훨씬 발행 수가 늘었다. 하지만 자세히 관찰해 보면 숨기고 싶은 부분이 드러난다. 8월 한 달 동안 11편의 글을 발행했는데, 대부분 같은 날짜에 몰아서 올렸다. 과거 티스토리를 통해 썼던 글을 옮겨오면서 수정했던 것이 대부분이었다.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푸념과 때때로 읽었던 책을 기록하는 정도였다.


2018년도는 총 29개 글을 발행했다. 역시 조금씩 글 쓰는 양이 늘었다. 더 개선해야 될 지점이 있었다. 그것은 지속성이었다.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나는 쓰고 싶은 욕망이 어느 정도 한계에 다다를 때 쓰곤 했다. 덕분에 앞뒤로 글 사이 간격이 컸다. 부담도 따라왔다. 스스로 알 수 없는 적과 벽을 만들어놓고 주저하는 단계였다.


그렇다면 올해, 2019년은 어떠했나. 그간 놓쳤던 지속에 방점을 찍었다. 지속성. 무엇이라도 좋으니 일단 쓰고 기록하자는 마음으로 일주일에 평균 두, 세편씩 꾸준하게 써갔다. 올해 5월까지만 해도 구독자는 24명이었다. 스스로 목표를 정했다. 올해 꾸준한 글쓰기와 함께 500명 구독자를 달성하겠다고. 감사하게도 그 다짐은 불과 두 달 만에 현실이 되었다. 주저하고만 있던 스스로에게 기회를 주고, 완성도를 떠나 성실하게 하나씩 써나갈 때, 노력의 양과 질을 더했을 때 목표는 현실이 되었다. 



매일 쓰고 기록하는 과정에서 얻은 결과들을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대부분 2019년도에 발행한 글이 상위 랭크에 올랐다. 특히 8월은 내게 여러 의미의 달이 되었다.


첫째, 내 글을 꾸준하게 읽어주시는 분들이 생겼다, 그것도 많이. 

나는 관종(관심 종자)의 면모를 갖추고 태어나진 않았다. 하지만 내 글을 아무도 안 읽어주신다는 생각이 들 때면 동력이 약해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읽히는 글은 아니더라도 성실하게 내 생각을 쓰게 되면 언젠가 함께 동감하고 고개를 끄덕여주실 분들이 생길 거라 믿고 책상에 앉았다. 그 믿음은 틀리지 않았다. 초라하고 부족한 내 글보다 더 뜨겁고 가슴 벅찬 댓글과 응원이 늘어났다. 제일 좋은 독자는 이곳 브런치에 있구나, 하고 실감했다. 현재 구독자 수는 1,300명을 넘었다. 


둘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이뤘다.

여러 제안이 들어왔다. 고정적으로 글을 써달라는 제안이 세 곳에서 왔다. 또, 제안을 통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은 사람들이 오늘까지 스물두 명이다. 꿈같은 일이다. 어쩜 닮은 고민과 꿈을 꾸는 사람들이 많은지, 사연을 들을 때마다 내 이야기 같았다. 이렇게 글 쓰는 삶을 꿈꾸는 분들이 많구나. 나 혼자가 아니었구나. 그 실감이 기뻤다. 


셋째, 계속 쓰고 싶어 졌다. 성장의 기쁨도 크다.

말 그대로다. 계속 쓰고 싶어 졌다. 현란한 글솜씨 대신, 성실을 무기로 매일 쓰고 싶어 졌다. 야구선수가 매번 홈런을 터트릴 수 없듯이, 욕심부리지 않고 쓰다 보니 올해 여러 홈런을 날렸다. 특히 올해 추석이 지나고 다음날인 월요일. 오전 8시부터 쉴 틈 없이 브런치 알람이 울려 깜짝 놀란적이 있었다. 브런치의 배려로 내 글이 월요일 추천글로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출근길에 읽는데 눈물 났어요. 연휴 끝나고 월요이라 힘들었는데, 고마워요.'라는 댓글을 시작으로 그날은 말 그대로 내게 선물 같은 하루였다. 짜릿한 경험이었다.




브런치에서 쓰는 백 번째 글은 이렇게 정리하고 싶었다.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제안이 들어왔다. 더 말하면 자랑같이 들리려나... 살짝 걱정된다. 

주변 지인들에게 글 한번 써보라고 자주 권한다. 강원국 작가의 '투명인간으로 살지 않으려면 내 글을 써야 한다.'라는 말을 덧붙이며. 오늘도 어딘가에서 무언가를 쓰고 있는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다. 혼자가 아니라고, 함께 힘내서 끝까지 쓰자고, 각자의 삶을.


https://brunch.co.kr/brunchbook/choonfca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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