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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프카 Nov 08. 2019

자기 생각을 만들어내는 도구 4가지

써야 할 때 쓰는 게 글쓰기 아니다

첫 문장이 안 떠오른다. 비상사태다. 이럴 땐 강원국 작가님 책을 펼친다. 그는 말했다. 글 쓰는 사람은 크게 두 부류라고. 써야 할 때 쓰는 사람과 평소 써두는 사람이다. 쓰기 전에 쓸거리가 있는 사람은 여유롭다. 가진 것 중에 무엇을 쓸까 즐긴다. 반대로 써야 할 때 찾기 시작하는 사람은 초조하다. 썼다 지우기를 반복한다. 즐거움이 아니라 고역이다. 패닉에 빠진다.


평소에 쓴다는 것은 단지 글을 조금씩 쓴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자신의 생각을 생성, 채집, 축적해두라는 뜻이다. 써놓은 글을 평소에 조금씩 고치는 것도 포함된다. 일상 속에서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의 흐름 안에서 살라는 의미다.


써둔 글이 늘어나면 서로 반응을 일으킨다. 서로 관련 없는 것이 부딪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써둔 글이 있으면 쓰고 싶다. 써먹고 싶어 진다. "누구나 평생 잡아야 할 물고기의 양이 있다. 누구는 평소에 잡고 누구는 잡아야 할 때 잡는 차이가 있을 뿐, 결국은 잡아야 한다. 그렇다면 평소에 잡는 게 옳지 않겠는가."


장거리 운전이 많은 날에는 이동 중에 팟캐스트로 책을 듣거나, 관심 있는 분야 강연을 듣는다. 간혹 글감을 발견하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때가 있다. 잠깐 차를 멈추고 기록한다. 시간이 흘러 그때 썼던 메모는 꼭 다음 글을 쓰는 동력으로 작동했다.


최근에는 지속적으로 글을 쓰기 위해 주제를 정하고 있다. 글쓰기, 심리학, 직장생활 외에 다양하다. 매일 호기심이 발동한다. 간혹 떠오르는 생각이 없으면 매일 하나씩 스스로 질문하고 답한다. 그것에 관한 내 생각을 정리한다. 강원국 작가는 자기 생각을 만들어내는 도구 4가지를 독서, 토론, 학습 메모라고 소개했다.




1. 독서

책을 한 권 읽었는데 자기 생각이 새롭게 만들어지지 않으면 헛일이다. 남의 생각을 알려고 하는 독서는 부질없는 일이다. 남의 생각을 알고 싶으면 검색해보라. 요즘 같은 세상에 뭐 하러 시간 내고 돈 들여서 남의 것을 머릿속에 넣고 다니나. 독서하는 이유는 자기 생각을 만들기 위해서다. 책을 읽다 보면 내 생각이 정리된다. 남의 생각을 빌려 자기 생각을 만드는 게 독서다.


2. 토론

토론 역시 생각을 만드는 필수 도구다. 정색하고 하는 토론 말고 회의, 토의, 대화, 잡담, 수다 등 말하고 듣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말을 하면 생각이 정리된다. 실타래처럼 엉켜 있던 생각이 일목요연해진다. 또한 생각이 발전한다. 없던 생각도 만들어진다. 언제 내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샘솟는다. 말하기 전에는 자기 생각이 아니다. 말을 해야 분명한 자기 생각이다. 말하지 않고 머릿속으로만 아는 것은, 중고등학교 때 수학 선생님 설명은 알아들었는데 나와서 풀어보라고 하면 못 푸는 것과 같다. 나가서 풀 수 있어야, 즉 말할 수 있어야 진짜 아는 것이고, 진정한 자기 생각이다.


3. 학습

학습을 길게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마는 배우는 것만이 학습은 아니다.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이 학습이다. 호기심과 문제의식만 있으면 모든 것에서 배울 수 있다. 개그콘서트에서도 배우고 드라마에서도 배운다. 반대로, 정식 수업을 들어도 주입식으로 들으면 자기 생각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린 백(Lean back)이 아니라 린 포워드(Lean forward) 자세여야 한다. '과연 저 사람 말이 맞을까' 의문을 갖고 까칠하게 또 삐딱하게 들어야 한다. '내가 당신이라면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고 이렇게 말할 거야'라고 대들면서 들어야 한다. 내준 문제를 풀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자기 생각이 만들어지고 진정한 학습이 이뤄진다.


우리는 문제 분석은 잘하는데 문제제기와 문제 해결 능력은 약하다. 주어진 문제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역량은 읽기와 듣기를 많이 하면 키워진다. 그러나 문제제기는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고, 문제 해결 능력은 창의적 사고가 필요하다. 이는 말하기와 쓰기를 통해 길러진다. 문제제기와 문제 해결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문제의식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호기심과 공감능력에서 비롯된다.


4. 메모

독서, 토론, 학습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메모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 메모하지 않은 것은 모두 잊힌다. 메모는 그 자체가 글쓰기이고 생각하는 과정이다. 메모하면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 메모해둔 것은 훌륭한 글감이 된다. 무엇보다 메모를 해야 하는 이유는 메모를 해야 뇌가 자꾸 새로운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뇌는 가급적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생각을 받아 써주는 메모는 뇌를 격려해주는 것이다. 잘했다고 칭찬해주는 일이다.


뇌가 무언가를 생각해냈는데 그냥 흘려보내면 그다음부터는 뇌가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해봤자 주인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난 것을 열심히 메모하면 뇌가 신이 나서 생각을 자꾸 길어 올린다. 주인을 기쁘게 해 주기 위해서 시도 때도 없이 생각을 해낸다. 메모는 완전한 게 아니다. 생각의 조각을 키워드 중심으로 써놓은 것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글쓰기를 더욱 돕는다. 과거에 한 생각을 낯설게 봄으로써 객관적으로 재평가해볼 수 있고, 당시 설익은 감정을 정화해서 표현하게 된다. 이런 보완 과정에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메모가 생각을 숙성시킨다. 메모의 가장 큰 효용은 글을 쓰게 한다는 점이다. 메모를 한다는 것은 언젠가 이것을 써먹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자신과의 약속이다. 그리고 실제 글쓰기에 써먹어야 한다. 그래야 메모한 이유를 뇌가 분명히 알게 되고 메모하려고 한다. 나는 글감이 생각나지 않을 때 메모해둔 것을 본다. 지금까지 메모해둔 것은 거의 글로 써먹었다.


글은 머리로 쓴다. 글은 가슴과 발로 기획하고 엉덩이로 마무리한다.


https://youtu.be/SVX9huHKTR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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