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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프카 Nov 30. 2019

우리의 첫 행진

낡은 일기장에서 스무 살 목표를 발견했다

금일 오후 6시, 결혼


알람이 울렸다. 고대하던 그날이다. 결혼식장에 들어서고 “신랑, 신부 입장”이라는 멘트와 함께 우린 손잡고 걸을 것이다. 하루 종일 기분 좋은 떨림이 지속되는 순간이다.



스무 살 봄이었다. 일기장에 수년간의 목표를 기록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철부지였지만 쓰는 내내 행복했다. 군 제대 후, 인도 여행을 하고, 이십 대 후반에는 내 꿈을 향해 다가서며, 늦지 않은 때에 따뜻하고 상냥한, 웃음이 많은 사람을 만나 결혼하는 상상을 하며 끄적거렸다.


오늘은 하루 종일 스무 살 때 썼던 목표들이 떠올랐다. 얼마나 이뤘을까. 하나씩 체크해보았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였다.


목표의 제일 하단부에 위치한 문장이 떠올랐다. “서른 살이 되었을 때, 좀 근사한 남자이고 싶다. 어떤 사람과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어느 정도 이룩했는지 스스로 평가하기엔 부끄럽지만, 조금은 다가가지 않았을까.



휘청되고 위태로웠던 나는, 한 사람을 만났다. 철없고, 감정 기복이 심한 나를 묵묵하게 사랑해주는 사람. 무조건 내 편인 사람. 끄적였던 그대로인 상냥하고 따뜻한 사람을 만났으니, 나는 행운아다. 앞으로 쓰게 될 글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더 다양한 글감과 경험들로 이뤄지겠지.   


결혼에 대한 숱한 조언과 경험담을 원하든 원치 않던 자주 접하고 들었다. 어디까지나 참고만 할 뿐이다. 우린 우리대로 부딪치고 마주하며 서로 한 걸음씩 걷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린 같은 목적지를 향해 걷는다. 그 첫 출발점이 곧 몇 시간 뒤 이뤄진다. 우린, 전우다. 서로 함께 성장하며 살아갈 것이다.  어느 때보다 씩씩하게 걸어야지. 우리의 첫걸음이니까. 진짜 모험은, 이제 시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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