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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프카 Jan 02. 2020

 나의 사랑 리베카

"네 뜻대로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내가 알아."

기약 없이 떠나버린 나의 사랑 리베카

조각처럼 남아있어 내 가슴속에

그리움도 원망도 아름답게 남았지만

너의 진실을 모르는 체 돌아설 수 없어


틈만 나면 중얼거린다. 흥이 오른 날에는 안무도 겸한다. 물론 가까이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1인은 씁쓸한 미소와 한숨을 동시에 내뱉었다.


위 노래 가사는 1991년도 데뷔한 가수 양준일 씨의 타이틀곡 '리베카'다. 지금 들어도 촌스럽지 않은 멜로디. 당시 영상으로 느껴지는 그의 세련된 패션감각과 무대 매너는 '내가 지금 90년대 가수를 마주하고 있는 게 맞아?'라고 자문할 정도였다. 그렇게 점점 빠져들었다.



데뷔 당시 양준일 씨는 시대를 앞서간 천재였다. 영어 가사가 너무 많고,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방송 출연이 정지됐다. 대학로 무대에 서면 돌이나 신발이 날아오기 일쑤였다. 출입국 사무소 직원은 "외국인이 왜 한국 사람 일자리를 뺏냐"며 비자 갱신을 가로막았다. 짧은 연예계 생활은 그렇게 끝났다.


시대가 버린 천재를 시대가 다시 불렀다. 유튜브 채널 '온라인 탑골공원'은 양준일을 소환한 계기였다. 당시는 외면받았지만 새로운 음악에 열광하는 Z(1990년대 중반 ~ 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들은 한눈에 알아봤다. 그러한 흐름 속 화룡정점이 슈가맨 출현이었던 것이다.


가슴속 팬심을 더 활활 타오르게 만든 포인트는 JTBC <슈가맨>에서의 그의 등장이었다. 30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이 관통했지만, 그의 소년 같은 미소는 변치 않았다. 인터뷰를 통해 조금은 어눌하지만 진정성 있게 말하는 그를 보며 살아온 삶과 가치관을 엿볼 수 있었다. 미국 플로리다의 한 음식점에서 일하는 종업원이지만 행복해 보였다.


이내 유재석의 마지막 질문이 이어졌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그는 주저 없이 말했다. "저는 계획을 세우지 않아요." 그리고 "굳이 꿈이라고 한다면, 겸손한 아빠, 겸손한 남편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 쳤다. 멋진 남자구나.




지난 연말, 아내와 집 근처 코인 노래방을 들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중얼거리고만 있던 내 본능을 마이크에 담기 위해. 역시 그의 미성을 따라 하긴 쉽지 않았다. 나름대로 열창했지만, 고개를 푹 숙인 그녀의 모습을 보며 잠깐 마음이 저렸다. 말 그대로 잠깐이었고, 이내 다음번에는 2집 '가나다라마바사'를 도전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오늘 글의 갈무리는 50대 양준일씨가 20대 시절 양준일에게 쓰는 영상편지 내용을 써봤다.


네 뜻대로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내가 알아.
하지만 걱정 마.
모든 것은 완벽하게 이루어지게 될 수밖에 없어!



https://youtu.be/WGIndlf_xU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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