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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프카 Feb 07. 2020

글쓰기와 열정, 잠수종과 나비

열쇠로 가득한 이 세상에 내 잠수종을 열어줄 열쇠는 없는 것일까?

브런치에서 글을 쓰기 시작한 지가 벌써 5년이 넘었다. 그 기간 중 절반 이상은 스스로를 향한 넋두리였다. 제대로 된 글쓰기는 작년부터였던 것 같다. 성실하게 쓰는 것을 목표로 일상을 담았고, 지난 과거를 떠올렸다. 그때 느꼈던 감정과 떨림을 기록했다. 한참 쓰고 발행 버튼을 누를 때는 개운함을 느꼈다.


첫 문장을 시작으로 망설임 없이 써 내려간 글은 반응이 좋았다. 숱한 댓글과 그것도 모자라 감상평을 메일로 직접 보내주시는 독자님의 반응을 보며 그간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에 마음이 벅찼다. 감사한 시간들이었다. 구독자도 천명을 웃돌았다. 낯선 제안도 받았다. 신기할 따름이었다. 여기까지 좋았다.


나는 무언가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매일 글쓰기를 약속했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단순히 바빠서, 라는 핑계보다 다른 이유가 있었다. 뭐랄까. 욕심이 생긴다고 해야 될까. 글에 대한 욕심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때 당시 내겐 그 감정이 부담과 함께 주저함으로 변질됐다. 업무나 개인적인 일정으로 오랜 시간 글을 붙잡고 있지 못했기에, 늘 약간의 허전함을 유지하며 발행 버튼을 눌렸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결국 스스로 세운 계획을 무너뜨렸다. 문제는 이후였다. 간헐적으로 소식과 상황을 기록하긴 했지만,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은 유효했다. 지금도 매일 묻고 있다. 무엇 때문에 그런 걸까? 열정이 벌써 식어버린 걸까. 어떤 사람은 쓰는 것 자체가 행복해서 매일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간다고 하는데.


아이러니한 부분은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래, 가장 다양하고 근사한 글감이 곳곳에 존재하고 매일 발견된다. 남은 일은 신바람 나게 쓰면 되는데, 그게 참 안 된다. 이건 게으름과는 다른 상황인 것 같다. 넋두리의 반복이다.


장 모니크 보비와 아이들. 그는 <엘르>의 편집장으로 화려한 삶을 살았다.


방황끝에 읽게된 책이 <잠수종과 나비>다. 프랑스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장 모니니크 보비의 회고록이다. 어느 날, 그는 차 안에서 갑자기 쓰러진다. 겨우 혼수상태에서 빠져나오지만 뇌졸중의 한 형태로 의식은 깨어있고 자아와 자극 인지가 가능하지만 인체의 모든 기능이 자물쇠를 채운 듯 정지하는 자물쇠 증후군에 걸렸다.


소리는 들을 수 있고 왼쪽 눈을 움직일 수 있는 그는 눈의 깜빡임으로 <잠수종과 나비>를 썼다. 128페이지의 책을 완성하는데 1년 3개월의 시간과 20만 번 이상의 눈 깜빡임이 필요했다. 그는 절망 속에서도 자신이 가장 자주 해왔던 글을 썼다. 그는 갇혀있던 잠수종을 벗어나 하나의 나비가 되었다. 책이 출간되고 10일이 지난 무렵이었다.


미적지근한 체념 속에 안주하지 않으려면,
너무 적지도 너무 많지도 않은
적당한 양의 분노와 증오심도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압력솥의 폭발을 막기 위해
안전밸브가 달려 있는 것과 똑같은 이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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