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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프카 Nov 26. 2019

서툴지만, 여전히 쓰고 있습니다.

글쓰기, 선생님, 칼럼 그리고 4년 만에 전하는 편지

칼럼-신문이나 잡지 따위에서, 시사성이 있는 문제나 사회의 관심거리 등에 대해 평한 짧은 기사

내게 좋은 글은 무엇인지 알려준 선생님이 계신다. 문학평론가신데,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하기 시작했던 때부터 왕래가 끊겼다.


그렇게 벌써 4년이 훌쩍 넘었다. 안부도 여쭙고 연락드려야 했지만 늘 마음보다 행동이 느렸다. 대신 선생님이 쓰시는 칼럼은 꼭 찾아 읽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단단하고 예리한 문장은 여전했다.


처음 내가 신문사에 기고를 하게 된 기회도 선생님 덕분이었다. 당시 "좋은 글을 쓰고 싶다."라고 고백한 직후였다. 그날 이후, 나를 볼 때면 요즘은 어떤 책을 읽는지, 글을 계속 쓰고 있는지 물어보셨다. 그러다 신문사에 원고를 하나 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다.


당시 지역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사안을 이십 대의 관점으로 써보라는 주문이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취재하고, 발품을 팔았다. 여러 사람을 인터뷰했고, 자료를 취합했다. 남은 일은 쓰는 것뿐이었다. 이틀을 꼬박 쓰기만 했다.



그때 쓴 기고 내용을 다시 읽어보면, 부끄럽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썼지만, 어색하고 아쉬운 부분들이 곳곳에서 보이니까. 그래도 나름 공들인 노력 덕분이었는지, 우수 기사로 뽑혀 상품권도 받았다.


처음 세상에 내 생각과 글을 드러내고, 종이 신문에 내 이름 석자가 기록되었을 때. 단순히 기쁜 마음을 넘어 그동안 살아가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벅찬 순간이었다. 이후로도 몇 편의 글을 더 썼다.


처음 글쓰기 모임을 운영하게 된 계기도, 선생님 덕분이다. 적당한 키워드를 선정하여 모임 참석자에게 전해주면 우린 분주하게 글을 쓰고 수정했다. 때때로 진정성이 없는 글을 마주할 때면 냉철하게 지적하고 쓰는 자세를 점검해주신 적도 있었다.


오랜만에 선생님께 메일 한통을 써볼까 한다. 그간 어떻게 지내왔고, 나름대로 계속 글을 쓰고 있었던 시간들을 고백해야겠다. 제법 긴 시간이 지났지만, 선생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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