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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프카 Mar 09. 2020

어떤 책을 쓰고 싶어?

산책, 신형원의 '개똥벌레'


2020년 3월 8일 일요일 오후


평온한 일요일 오후였다. 날씨가 좋았다. 아내와 시선이 마주쳤고, 우린 차를 몰고 한적한 공원을 찾았다.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며 걷다가 서로 같은 노래를 흥얼거렸다. 신형원 님의 <개똥벌레>였다. 그러다 서로 가사를 읊는데 틀린 부분이 있었다.


첫 소절인 '아무리 우겨봐도 어쩔 수 없네'까진 좋았다. 문제는 다음 소절이었다. 아내는 '저기 개똥 무덤이~' 나는 '저기 개뚱구덩이~'라고 불렀다. 실랑이를 벌이다가 가사를 검색해봤다. 역시 우기면 안 되는 것이었다.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노래를 틀었다.


한참 걸었고 여러 주제가 오갔다. 앞으로의 미래, 자녀 계획, 서로의 성장, 유튜브 방송에 대해서. 그러다가 글 쓰는 부분까지 이르렀다. 아내는 물었다. "언제 책 출간할 거야?" 나는 머뭇거렸다. 연애하던 때부터 계속 책 한 권 내고 싶다는 소망을 자주 어필했었고, 늘 응원해주는 사람이었으니 궁금했으리라.


나는 "올해 꾸준히 쓰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서두르진 않으려고."라고 말했다. 그리고 염려되는 부분도 고백했다. 어떤 주제의 책을 써야 될지 모르겠다고나 할까. 어떻게 보면 책을 내겠다고 꿈꾸는 사람으로선 무책임하거나 막연해 보일  있지만, 솔직한  심정이었다.


독립출판이나 부크크 같은 사이트를 통해 작업을 진행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는 진행하고 싶지 않았다. 일단 내가 확신이  서지 않았고, 두려웠다.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살아가면서 여러 책들을 읽어왔다. 읽다 울고 웃었고 마음은 때때로 저렸다. 계속 읽고 싶은 책을 발견할 때면 너무나 행복했다. 그런 독자의 포지션에서 작가라는 포지션의 전환은  기준을 더욱 분명하게 했다.


이런 고민들이 굳이 주제라면 주제일까? '무엇이라도 좋으니 가슴에 남을  있는 메시지가 있는 책을 쓰고 싶다.' 이야기를 듣던 아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별다른 말은 없었다. 조용히  손을 잡았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evYnzojbiw2TeMEs1Sbw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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