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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프카 Sep 13. 2020

슬기로운 글쓰기 생활

<주간 춘프카>를 시작하며

일상의 농도가 짙어지는 이유

이번 주부터 매일 한편씩 글을 쓴다. 주제는 자유, 분량은 2,000자. 적당한 긴장감이 흐른다. 이내 주변을 살핀다. 읽다만 카프카의 <성> 어딘가에서, 늦은 밤 두서없이 고민을 털어놓는 몇몇 이들의 목소리에서도 좋은 글감을 발견한다. 틈날 때마다 각종 기사나 칼럼도 훑는다. 어느 교수님 말씀처럼 요즘은 '쓰기 위해' 읽는다.


잠들기 전, 인상 깊은 장면을 떠올린다. 잔상과 여러 단어들을 아이폰 메모장에 기록한다. 새벽 1시면 착실하게 기상하여 아빠를 찾는 아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다가도 여러 생각이 스친다. 이게 다, 글쓰기 덕분이다. 무엇이라도 좋으니 쓰겠다는 소박한 결심과 동기는 평범한 일상의 농도를 짙게한다.


함께 글쓰기에 참여한 글벗들은 메시지나 메일로 묻는다. "글을 써야 되는데요. 도통 어떻게 써야 될지 모르겠어요."라고. 나는 "저도 같은 상황입니다만, 하루에 한 문장이라도 일단 쓰려해요. 서툴더라도 괜찮으니까 같이 시작해봐요."라고 답한다.


글쓰기는 언제나 내 무능과 마주하는 일이다

빈 페이지를 마주할 때면 한숨을 푹푹 내쉰다. 죄 없는 머리털을 뽑아낸다. '글 쓰는 삶'을 동경하고 시작한 지 어느덧 10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어렵다. 매번 대면하는 '무능'앞에 고개를 숙인다. 그럴 때면 김미경 강사님 강연 내용을 떠올린다. 작년에 시청했던 내용인데, 브런치에도 관련된 내용을 정리하여 발행한 적이 있다. 짧지 않은 강연 내용 중, 지금도 가슴에 콕 박혀 있는 강사님의 한마디가 있다.


"아직도 나는 내 무능과 싸우는 게 즐거워요."

모두가 재능을 갖출 순 없다. 하지만 유능이란 성질은 다르다. '무능'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마주할 용기가 있다면, 꾸준함과 함께 긴 시간을 견뎌낼 수 있다면, 모두가 '유능'해질 수 있다. 그중에서도 글쓰기는 두말할 나위 없다. 지금 쓰는 글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여운을 전할 수 있을까, 멋진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나도 수없이 고민한다. 그 압박감은 경쾌한 타자음을 멈춘다. 펜을 놓게 만든다. 역시 '글쓰기'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가난한 변명과 함께.


2010년, 마산역 앞 사거리 엔젤리너스 2층 한구석에서 조용히 펜을 쥐고 썼던 글을 가끔 본다. 물론 끝까지 읽지는 못한다. 도저히 마지막 문장까지 읽어갈 수 없을 정도로 유치하고, 순수하며, 무척 진지하다. 피식하고 웃음이 나온다. 어떻게 이런 글을 그토록 필사적으로, 진지하게 썼을까. 스스로 자문할 때도 있다.


당시 나는 잔뜩 '열'이나 있었다. 쓸수록 분하고 억울했다. 비틀거리며 매일 무능이란 단어와 싸웠다.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 글이었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그때 '열'받았던 기운은 곧 '열정'으로 바뀌었다고. 서툴렀지만 뜨거웠고, 그 마음을 알아주는 나와 닮은 결을 가진 여러 인연과 숱한 선택으로 여기까지 왔다.


그렇게 나는 다시 쓴다.

길고도 짧은 시간 동안 글을 쓰면서 느낀 바가 있다. 비록 책 한 권조차 내지 못한 이름 없는 '춘프카'지만 그래도 몇몇 교훈들을 얻었다. 첫 번째,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두 번째, 그럼에도 꾸준하게 쓴다면, 매일, 매달, 매년 조금씩 나아지는 글쓰기의 성장을 맛볼 수 있다.


이번 글쓰기 모임을 통해, 나는 다시금 슬기로운 글쓰기 생활을 시작했다. 매일 관찰하고 스스로 질문한다. 낯선 타인의 말과 삶을 깊이 집중한다. 가슴 벅찬 순간들이다. 무엇보다, 더 이상 외롭지 않다. 함께 하는 당신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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