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야기
김훈 작가님처럼 당장 쓸 순 없지만 습관은 따라 해 보기로 했다. 다른 건 아니고, 매일 200자 원고지 5매 정도 글을 쓰고 발행하는 것이다. 수년째 매일 끄적이고 있지만 따로 분량을 정해둔 적은 없었다. 일단 무엇이라도 좋으니, 쓰는 게 중요하다고 줄곧 생각했으니까. 이제 조금 더 보폭을 넓혀보기로 했다. 아, 주말에는 쉬고 평일 5일간 열심히 쓸 것이다.
며칠 전, 이규태라는 칼럼니스트를 알게 됐다. 한 신문사에서 1983년부터 2006년 2월까지 '이규태 코너'를 연재하며 무려 23년 동안 6,702회를 기고한 사람이다. 대한민국 언론 사상 최장기 칼럼 기록을 세웠는데 그의 짧고 담백한 글은 스마트폰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에 하나의 검색창처럼 여겨졌다고 한다. 그렇게 쓴 글을 묶은 책도 있는데 지금은 절판이다. 백과사전 정도 분량으로 벽돌처럼 보였는데 헌책방 이곳저곳을 아무리 살펴봐도 도통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아는 지인으로부터 책이 집에 있다며 당당히 내게 실물 사진을 보내왔다. 얼마나 읽었던지 누렇게 때가 끼어 있었다. 나는 다감하게 말했다. "얼마면 되나요. 읽고 싶어서 미치겠습니다." 예의상 한 말이었는데 그는 "일만 오천 원에 가져가시오."라고 말했다. 순간 그와 이렇게 인연을 끊어야 될까, 잠깐 고민하다 말았다. 어쨌든 책은 곧 내 서재에 비치될 예정이다.
올해 1월부터 매월 한편씩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두 번째 마감 날도 어김없이 힘들었다. 끙끙대다 담당 논설위원께 늦어지는 상황을 설명했다. 이미 밤 11시가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그는 괜찮다며 본인도 내일 나갈 사설을 쓰고 있다며 위로를 건넸다.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나는 "어떻게 매일 그렇게 쓰세요. 저는 한 달에 한편 쓰는 것도 힘든데요."라고 물었더니 "저는 글 쓰는 게 업이니까요. 편안한 밤 보내세요."라고 답했다. 맞다. 그에게는 업이고 일상이니까. 지극히 당연한 말인데, 늦은 시간까지 마감 압박으로 고통받던 내게 조금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아. 원고지 5매가 넘었다. 오늘은 이것으로 마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