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친구가 있다.
한 사람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인연을 맺었다. 지금도 이틀에 한 번꼴로 통화한다. 서로 뻔한 근황을 묻고 한참 떠든 뒤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하자."라고 답한다. 나는 B형이고 녀석은 A형이다. 성격이나 외모 모두 다르지만, 나이가 들수록 닮아간다(라고 생각하지만 나만 느끼는 걸 수도 있다).
그는 이십 대 중반, 교환학생으로 온 일본인 여성과 첫 연애를 시작했다. 그전까지 나는 친구가 그렇게 낭만적인 사람인지 몰랐다. 마치 이 세상에 사랑만이 전부라도 되는 듯이 빠져 있었다. 짧았던 유학 생활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간 여자 친구와도 계속 인연을 4년 가까이 이어갔다. 취준생이었던 그는 막노동을 해서라도 비행기 티켓을 구매해 도쿄로 향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제일 먼저 마주하는 사람은 늘, 나였다. 4박 5일간 추억과 아쉬움을 온전히 들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소주잔을 기울였다. 그녀와 헤어진 이후 제법 긴 시간 동안(현재까지도) 연애 소식은 없다. 아직 눈에 차는 사람이 없다는데, 잘 모르겠다. 지난해는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아직 정상 궤도까지 닿는 데는 녹록지 않지만, 그럼에도 잘 해낼 것이라 믿는다.
다른 한 사람은 고등학교 시절 알게 된 친구다. 산문집 <유일한 일상> 속 '저릿한 자극을 주는 남자 1'의 주인공이다. 녀석은 아버지와 단둘이 살았다. 어머니는 암 투병으로 초등학교 입학 전에 세상을 떠나셨다. 배구 선수였던 엄마의 영향 덕분이었는지 그는 중학교 때부터 키가 쑥쑥 자라기 시작했다. 내가 처음 마주했던 17살 때는 이미 194cm였다.
학창 시절, 그를 보며 느꼈던 내 첫 기억의 단어는 '고생'이었다. 월급날만 되면 술에 잔뜩 취해 돈을 물 쓰듯이 쓰며 생활비는커녕 공과금도 제대로 내지 않는 아버지를 원망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용돈과 생활비를 벌었다. 이따금씩 둘이서 소주를 먹다가 취기가 올라오면 "나는 절대 아버지 같은 인생, 안 살 거다."라고 자주 말했다.
스무 살이 되자마자 집을 나왔다. 3년 뒤 첫 연애를 시작했다. 다시 3년 뒤 둘 사이에 보물이 태어났다. 여자 친구 집안 식구들은 결혼을 반대했고, 두 사람은 미련 없이 떠났다. 내가 처음으로 기저귀를 직접 구입해 선물해준 사람이다.
새근거리며 잠든 친구의 아들을 보며 괜히 눈물이 나왔다. 친구는 조용히 말했다. "막상 아기를 보니까, 용기가 사라진다. 어떡하지. 나도 아버지처럼 살면 어떡하지." 나는 흐르던 눈물을 닦아내고 녀석의 뒤통수를 날렸다. "헛소리하지 말고. 정신 똑바로 차려라." 뒤통수를 만지작거리던 친구는 그렇게 아빠가 됐다. 지금은 초등학교 3학년이 된 혜준이가 가끔 "삼촌, 맛있는 거 사줘요."라고 연락 온다. 나는 곧 창원으로 갈게,라고 답했는데 친구 가족을 못 본 지 수년이 넘었다.
다른 얘기지만 친구는 내가 결혼하기 전부터 "너는 결혼할 스타일이 아니야. 조용히 혼자 살아. 카페나 책방 하나 차려놓고, 젊은 사람들하고 이야기 나누고. 자유로운 영혼 아니냐."라고 말했다. 나는 무시했다.
함축적으로 두 사람을 기록했다. 실은 쓸 수 있는 내용이 더 많다. 짧은 글을 통해 내가 말하고 싶은 '찐 우정'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다. "계속 쓰고 싶고, 앞으로도 읽고 싶은 사람(이자 존재)" 두 사람은 그렇다. 언제 만나도 어색하지 않은, 늘 뭔가 그리운 존재.
책 출간 이후 두 친구 모두 같은 이야기를 꺼냈다. "한 권으로 만족하지 마라. 끝까지 써라." 처음에는 감응이 없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에 닿는다.
글쓰기 모임 '당신을 쓰는 밤' 3월 첫 주제 '찐 우정'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짧은 시간 후다닥 썼는데요. 제게 찐 우정이란 그런 개념으로 다가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