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배낭을 메고
11년 전에 써둔 일기를 읽었다. 홀로 긴 여행을 끝마치고 지칠 대로 지쳐 쓴 글이었다.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는 타입은 아니지만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는 나날이었다. 읽으면서 당시 기억이 떠올라 잠깐 웃었다. 마지막 문단은 제법 진지했다.
인생도, 여행도 마찬가지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달리 생각해보면 정말 재미있다.
흥미롭고 두근거린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지만
멈추지 않고 걷다 보면
새로운 장면과 인연이 내게 찾아왔다.
인생은 여행이다.
유년시절에 여행은 낯설지만 유쾌한 장면이었다. 대부분 가족여행이었고 우린 1년에도 서너 번씩 유랑했다. 진작부터 '불멍'(불을 보며 멍 때린다는 뜻)에도 익숙했다. 내비게이션도 없던 때라 대한민국 지도를 펼쳐놓고 이곳저곳을 적확하게 찾아내는 아버지의 뒷모습은 늘 경이로웠다. 혼자 '나도 좋은 선장이 되고 싶다'라고 중얼거리곤 했다.
이십 대의 여행은 호기심과 익숙함을 피해 벗어나는 장면이었다. 앞으로 뭘 해서 먹고살지, 어떤 사람을 사랑하고 살아가야 될지, 언제 기쁘고 눈물을 흘리는지, 무엇에 동요하고 가슴이 벅찬지, 결론적으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싶어 떠나는 여행이었다. 그 여행은 물리적인 공간 이동도 있었지만 사람을 만나거나 책으로도 떠났다. 여러 사람, 책, 장면을 마주했고 조금씩 힌트를 얻었다.
삼십 대는 어떨까. 여전히 나라는 존재에 대한 탐구는 계속되고 있다. 인생도 여행도 단번에 알 수 없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됐다. 탐구와 함께 공부가 붙었다. 그렇게 학구열이 높은 스타일은 아니지만 새로운 시도와 도전은 또 다른 여행의 이명처럼 내게 다가왔다.
코로나19로 여행과 멀어진 줄 알았는데, 쓰다 보니까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마스크를 쓰고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가족과 여행도 몇 군데(고흥, 경주, 그리고 제주도) 다녀왔다. 가끔 업무의 연장 선상에서 경치 좋은 광주와 전남 여러 곳을 두루 다니고 있으니까. 아, 언젠가 여행 책을 쓰게 된다면 <일상은 모험>으로 써야겠다.
16년째 여행의 시작과 끝에 늘 함께하는 노래
노리플라이의 - 낡은 배낭을 메고로 갈무리합니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여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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