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데믹 3년차, 인생 로드맵을 그리다
2020년 1월 23일 목요일.
나는 태국 푸껫의 빠통 해변에 있었다.
느긋하게 맥주 한 잔을 마시며 북적이는 사람들을 지켜봤다. 옆에 있던 아내는 휴대폰으로 뉴스를 살피다가 "감염병이 돈다는데?"라며 기사를 읽어줬다.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라 불리는 전염과 위험성이 높은 감기였다. 순간, 여행 가방에 챙겨둔 마스크 8장을 떠올렸다.
걱정하는 아내를 달래고 떠날 채비를 마쳤다. 무사히 인천공항에 도착했지만 공항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기침 소리 한 번에 일순간 침묵이 흘렀다. 마스크 넘어 매서운 눈초리로 주변을 살피는 이들이 보였다. 기억이 정확하다면 그로부터 2주 뒤, 전국적인 방역 지침과 제한이 선포됐다.
평일부터 주말까지 장거리 출장이 잦은 나는 몇 개월 뒤 태어날 아이와 아내를 떠올리며 책을 낭독했다. 직접 쓴 글을 읽기도 했다. 몇몇 영상을 유튜브에도 올렸다. 그때까지도 평범한 일상은 곧 회복되리라 믿었다. 하지만 해를 넘겨도 종식되는 분위기는 찾을 수 없었다.
그때쯤이었다. 이십 대 중반까지 숱하게 물었던 질문이 다시금 다가왔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될까 또 계속 성장할 수 있을까. 떠오르는 생각을 빈 도화지에 스케치하듯 그렸다. 지우고 다듬기를 반복했다. 낙서처럼 꽉 찬 종이를 읽으며 조용히 속삭였다. '그동안 망설이고 두려웠던 모든 시도(혹은 도전)를 해보자'라고. 그렇게 다양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사이드 프로젝트
출판, 강연, 칼럼 기고, 작가 레이블 참여, 글쓰기 모임 '당신을 쓰는 밤' 지속적인 운영, 뉴스레터, 오디오 클립 제작, 행사 기획 및 연출, 독립 매거진 제작 착수 외 많음.
먼저, 출판사에 문을 두드렸다. 대부분 반응이 없거나 답장이 와도 예의를 갖춘 거절이었다. 이력서 제출하듯 80여 군데까지 넣고 나서야, 다섯 군데에서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들뜬 마음으로 미팅을 가졌지만, 뭔가 결이 달랐다. 아쉬웠지만 작별을 고했다. 그러다 새새벽출판사를 알게 됐다. 나보다 한참 어린 친구들이 운영하는 스타트업이었고, 순수함이 느껴졌다. 이내 작업을 착수했고, 그동안 써왔던 글을 묶고 다듬어 산문집 <유일한 일상>이 나왔다.
주말 오전이면 글쓰기 수업도 열었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초등생 친구들을 가르쳤다. 이전까지 마음은 있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던 도전이었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강의 커리큘럼을 작성했고, 수업 준비도 최선을 다했다. 목표는 딱 하나였다. 아이들이 글쓰기를 좋아하도록 만들기. 수업이 끝나고도 아이들의 질문은 멈추질 않았다. 덕분에 우린, 함께 성장했다.
펜데믹 3년차
인생의 로드맵을 그린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봤다. 어떤 일상의 변화가 있었는지 과거 썼던 글이나 일기, 자료를 살폈다.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계속 시도했고, 멈추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다음 방향을 계속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에 코로나 이후 지금까지 나는 심심하지 않았다.
2022년을 시작하며 연간 계획보다 조금 더 긴 호흡으로 로드맵을 구상했다. 마흔다섯 살이 되는 2031년까지 우선 큰 틀에서 러프하게 기록 중이다. 나름 단계도 있고 테마도 있다. 아내에게 보여줬더니, 아무 말 없이 웃는다(이건 좋은 징조일까).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낱낱이 고할 수는 없지만 모든 계흭의 시작은 글쓰기다. 그래서 오늘도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매일 쓰고 있다.
꿈을 기록하는 것이 나의 목표였던 적은 없다.
꿈을 실현하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자기 계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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