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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pr 04. 2022

책 한 권 나오면 세상이 바뀔 줄 알았지

책 출간을 하고 바뀐 건 외면이 아니라 내면입니다.

책 출간을 목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글쓰기 전부터 마음 어느 한 구석엔 내 이름 석자가 적힌 책한 권을 내는 꿈이 있었습니다. 버킷리스트라고 하죠.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에게도 내 책 출간이 그 바구나에 담겨 있지 않은가요? 아마 대부분의 분들께서 그러하실 거라 믿고, 아직 버킷리스트에 책 출간을 담지 않은 분들도 언젠가 한 번쯤은 꼭 그 생각을 하실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책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첫 출간 제의가 들어왔을 땐 내 모든 버킷 리스트를 이룬 것 같은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떨리지만 애써 담담하게 출간 계약에 응하겠노라고 대답했습니다. 아마도 저에게 연락을 주셨던 에디터님은 저의 미세한 떨림과, 어설프게 당당하려 했던 제 속내를 다 알아차리셨을 겁니다.


책 원고 집필이 끝나기도 전에.

아니, 계약서를 작성하기도 전에 저는 사방팔방 출간 계약 소식을 알렸습니다. 떠벌렸다고 말하는 게 그 상황을 설명하는 데 더 적합한 말이겠네요. 지금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출간 계약 단계나 1차 편집 과정에서도 얼마든지 출간이 밀리거나 그 기회가 허공으로 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떠벌린 그대로 책은 출간이 되었습니다.


잠시 잠깐.

그렇게 저는 취해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어려운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이루어졌다는 생각에 말이죠. 만나는 사람마다 책을 이야기하고, 한 권이라도 사주길 바랐습니다. 가까운 사람들에겐 강매에 가까운 설명을 하곤 했습니다.


이젠, '작가'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는 나를 대하는 세상이 태도가 바뀌겠구나... 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짐작하셨듯이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제 글쓰기 수강생분 중, 책 한 권 내고 인생을 바꾸라는 책쓰기 클래스에 참석하셨던 분이 계십니다.

책이 나오면 자기 브랜딩이 되고, 그로 인하여 삶이 바뀐다는 책쓰기 수업의 비용은 천만 원 단위가 훌쩍 넘었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다시금 제 글쓰기 수업에 오셨습니다. 책 한 권이 출간되었지만, 오히려 그 이후론 글쓰기 동력을 잃었던 겁니다. '책' 쓰기가 목적이자 목표였는데, 그것을 이루고 나니 더 이상 글을 쓸 수가 없었다고 고백합니다.


글쓰기의 소중함을 아는 저도, 첫 책이 나오고 난 뒤엔 무척이나 방황을 했습니다.

이루고 싶던 것을 조금 더 빨리 이룬 것 같은 착각에, 무기력하게 있던 겁니다. 첫 책을 내고 '작가병'에 걸려, 책 홍보에만 힘썼을 뿐 어느샌가 글쓰기는 멈춰 있었습니다. 글쓰기가 멈췄다는 건, 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걸 멈췄다는 이야기입니다. 취한 줄도 모르고, 휘청이는지도 모르고.


그러나 이내 깨달았습니다.

책을 내고 바뀐 건, 외면이 아니라 내면이었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책이 된 그 글들을 써가며 제가 얻은 건 책이 아니라 내 속을 바라보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우리에겐 책을 내고 남들의 인정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습니다.

또한, 책을 내어야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찌하여 책 한 권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책 한 권의 효과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나에겐 평생 버킷 리스트를 이룬 것과 같은 감동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이름 모를 작가의 책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처음엔 그러한 차가운 현실에 우울한 마음을 맞이해야 했습니다.


책이 나왔다면, 그 이후가 더 중요합니다.

멈추지 않고 쓸 수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결혼은 연애의 끝이 아닙니다.

또 다른 연애의 시작입니다.


책도 글쓰기의 끝이 아닙니다.

또 다른 글쓰기의 시작입니다.


외면이 아닌 내면을 바라보니 다른 글과 소재가 떠올랐고, 저는 계속 썼고 책은 계속 출간이 되었습니다.

답은 내 안에 있습니다. 출간도 글쓰기 안에 있습니다.


글쓰기엔 그 '안'을 들여다보는 능력이 있습니다.

내가 무언가에 취했다는 걸 알아차리게 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결국, 바뀌어야 하는 건 세상이 아니라 나 자신이라고 글쓰기는 계속해서 저에게 말해주고 있는 겁니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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