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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프카 Oct 31. 2022

선배의 부재중 전화

“이태원에서 큰 사고가 터졌어"

2022년 10월 29일 토요일      


10:00 - 12:00 새로운 프로젝트와 관련해 담당자와 열띤 토론을 펼쳤다. 둘 다 대화를 끝낸 후 몹시 지쳤다. 허기졌고 개운함이 필요했다. (전화가 울렸다. 서울의 모 신문사에서 일하는 K선배였다. 바빠서 전화를 못 받았다.)


12:00 - 13:00 근처 식당을 찾아 나주 곰탕을 먹었다. 동네의 허름한 식당이었는데 주말인데도 손님이 많았다. 대부분 건설 노동자로 보였다. 나보다 더 지친 모습이었고 손때가 잔뜩 끼어 있었다. 혼자 먹는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머리가 희끗한 아저씨가 다가와 소주잔을 건넸다. "낮술이라도 한잔 할라요?" 딱, 한잔만 먹었다. 행복했다. 곧장 근처 목욕탕을 찾아 피로를 풀었다. 그곳은 마치 어렸을 적 외할아버지와 방문했던 목욕탕과 닮아 있었다. 아주 오래된 곳이었지만 정겨운 분위기였다.     


13:30 - 16:20 뉴스타파팀에서 주최하는 <족벌 - 두 신문 이야기> 시사회에 참여했다. 오랜만에 선배들을 만나 뵈어 좋았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몰입했다. 그때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나라면 어땠을까. 문득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와 지금의 언론 환경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다시금 깨달았으니까.


17:00 – 17:50 중미 파나마에서 이레네 작가님이 오셨다. 서른 시간이 넘는 비행시간. 귀한 시간을 내어 광주에 와주셨다. 더 근사한 식사를 대접하고 싶었는데 고작 백반을 사드렸다. 시종일관 “정말 맛있다.”라며 말씀해주셨는데 고맙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18:00 – 22:50 심야 책방 <해방 클럽> 네 번째, 밤을 진행했다. 무척 특별한 날이었다. 1년 이상 함께 글 쓰며 호흡한 작가님들 그리고 단 한 번의 빠짐없이 책방에 참여해준 단골손님들과 귀한 시간을 나눴다. 함께 낯선 집에서 책을 읽고 낭독회를 진행했다. 읽던 책과 문장을 소개하며 짧은 근황을 덧붙였다. 이후 치킨 한 마리 , 알코올 한잔 없이 우리는 서로에 취해 늦은 밤까지 글쓰기를 바탕으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따뜻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부재중 전화가 여러 통이 남겨져 있는 것을 알았다. K선배였다. 전화를 걸었더니 받지 않았다. )

     

22:50 – 00:30 팀라이트 인사이트 나이트를 허겁지 참여했다. 거의 끝물이었다. 하지만 팀라데이를 통해 작가님들의 소식을 접할  있었다.  성장하는 이들과 함께   있어 감사하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01:00 하루 종일 부재중을 남겨두던 K선배에게 다시 전활 걸었다. “선배 무슨 일이세요? 죄송해요. 종일 일정이 빠듯해서 이제 연락드렸어요.” “뉴스 봤냐?” “아니요. 왜요?” “오늘 이태원 쪽에 취재할 일이 있어서 낮부터 있었는데 저녁에 큰 사고가 터졌어. 여러 사람이 숨졌어. 한쪽에선 살려달라고 말하고 한쪽에선 클럽 음악소리가 들리는 풍경을 보면서 기분이 이상하더라.” 선배는 울먹거렸다. "괜찮아요, 선배. 계속 말해요."


그때 이태원에서 일어난 일을 처음 접했다.

도저히 잠들 수 없는 새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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