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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프카 Jan 05. 2023

이야기의 다섯 가지 특징

2022년 11월 인천일보 칼럼 

2022년 1월부터 매월 한편씩 인천일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MZ세대 칼럼니스트로 코너명은 '당신을 쓰는 밤'이다. 수년째 운영해온 글쓰기 모임명을 그대로 가져왔다. 주로 내가 마주한 사람과 장면에 쓴다. 지난해 11월에는 이야기를 주제로 칼럼을 썼다. 


'이야기(narrative)'는 '어떤 사물이나 사실, 현상에 대하여 일정한 줄거리를 가지고 하는 말이나 글'을 뜻한다. 내러티브(narrative)라는 용어는 라틴어 동사 'narrare(자세히 말하다, 이야기하다, recount)'에서 나왔다. 또한, 형용사 'gnarus(알고 있는, 숙련된, knowing, skilled)'와 관련이 있다.


비슷한 용어로 사용되는 story와 혼용되기도 한다. story는 보다 한정된 개념으로 사건(events)을 그대로 서술하는 것만 뜻한다. 이에 반해 narrative인 이야기는 보다 포괄적인 개념으로 시간과 공간에서 발생하는 인과관계로 엮인 실제 혹은 허구적 사건의 연속적인 연결을 의미한다.


문학이나 예술작품, 영화, 연극 등 매체를 통해 드러나는 내러티브는 관객에게 펼쳐지는 내용을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어떤 사건이 벌어질 것인지를 예측하게 해 준다.


이렇게 표현된 이야기는 각자의 삶에서 일어난 과거나 현재 혹은 미래에 관한 경험이다. 또한 개인이나 집단으로서의 공동체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이러한 삶의 이야기들에는 개인과 사회문화적인 담화, 정체성, 가치관 등이 포함되어 있다. 무엇보다 이야기는 독특한 특징을 지닌다.


첫째, 삶의 이야기는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다양하고 복잡한 인생 속에서 여러 가지 인간관계와 종교, 인종, 지역, 정치 등의 사회문화적 요소와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받는다.


둘째,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 있는 해석을 부여하는 과정이다. 단순한 정보전달의 기능을 넘어서 단편적인 사건들을 의미 있는 해석의 틀 안에서 구축된다. 그 틀은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며 구조화(constructing)된다.


셋째, 그렇게 구조화된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의 정체성을 말함과 동시에 미래의 경험을 해석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역동적인 힘을 가진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구조화된 이야기의 영향으로 미래에 경험할 수많은 사건 중에서 비슷한 장면과 방식을 통해 해석하려는 가능성이 커진다.


넷째, 이야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단독의 사건들이 존재하는 단편적인 것이 아니라, 시간의 연속성 안에서 계속해서 수많은 사건들이 이어진다. 그러한 삶의 연속성 가운데 인간은 수많은 경험을 하게 된다. 다양한 요인의 영향력으로 이전에 가지고 있던 이야기의 구조가 강화된다.


다섯째, 개별적인 사건에 단독 의미만 부여하여 하나의 이야기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한 사건에는 하나 이외의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http://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17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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