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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프카 May 24. 2024

여행의 기억은 평생 남는다

몇 해 전이었다. 전남의 한 시골학교에서 체육교사로 일하는 분을 만났다. 당시 그는 프리랜서로 그곳과 시내 다른 학교를 오가며 업무를 보는 상황이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재직 중인 시골학교의 흥미로운 미션 이야기를 들었다.


그곳은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학년별로 각기 다른 미션을 주는데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부모님과 바닷가에서 낚시하기, 친구들과 팀을 이뤄 1박 2일 무인도 캠핑하기, 6학년 무렵엔 부모님과 함께 지리산 종주하기 등.


이야기에 빠져 한참을 들었다. 집으로 귀가하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직 첫째가 태어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우리 자녀도 그런 추억을 만들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면서 혼자 바보처럼 웃었다.


의식하진 않았지만 그 생각은 이후 행동으로 옮겨졌다. 아들이 4살 생일이 되기 전부터 무작정 전남 고흥의 거금도에서 캠핑을 하거나 무등산을 올랐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여행객 가운데 작은 소리로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기가 어린데 다 기억할 수 있으려냐."


나는 이왕이면 더 작은 소리로 말해주시지,라는 생각과 동시에 김영하 작가가 한 프로그램에서 여행과 추억에 대해 말했던 내용이 떠올랐다.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어렸을 적 부모님과 떠난 여행, 바닷가 냄새 등을 다 기억할 순 없지만 좋았던 감정은 평생 남는다"라고 했다. 그 말을 위로 삼아 부지런히 다니고 있다.


문제는 아이가 클수록 엄마와 비슷한 성향(?)으로 집돌이의 면모를 보인다(아이스크림과 각종 과자 등으로 유혹하면 잘 넘어온다). 앞으로도 계획해 둔 바가 많다. 물론 아내와 아들은 전혀 모르지만...


2년 전 첫 캠핑에서. 불멍을 즐기던 중 하늘에서 비가 뚝뚝 떨어졌다. 그럼에도 좋았다(고 믿는다). 나와 초등생 시절부터 함께한 텐트는 덤. 아버지랑 설치할 땐 간단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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