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를 고쳐앉았다. 처음 글쓰기를 시작했던 날이 떠올랐다. 테이블 위에는 맥북과 약과,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놓여 있다. 몇 잔을 들이킨 뒤 다시 무언가를 쓴다. 매일 기사를 쓰지만 가끔은 둥둥 떠다니는 내 마음을 적는 순간이 좋다. 뜸하기는 했다.
무엇이라도 끄적이면 흔적은 남는다. 그 누가 읽지 않아도 나는 내 글을 읽으며 조금씩 자란다. 머리로는 알았으나 손은 게을렀다. 주저할 이유는 없었다. 기사를 쓰고 나면 늘 손을 놓았다.
며칠 전 라디오에서 한 유명 소설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일본의 시골 도서관에서 열린 특강 자리였다. 강연이 끝난 뒤 한 소년이 물었다. “글쓰기를 이제 막 시작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은 문장을 쓸 수 있습니까?” 소설가는 답했다. “좋은 문장을 쓰는 비법은 없다. 다만 글을 쓰는 ‘나’만 있을 뿐이다.”
나는 그 말을 이렇게 이해했다. 글쓰기는 스스로에게 내리는 결의다. 이렇게 살겠다, 저렇게 살겠다, 다짐을 손끝으로 적어내는 일이다. 누구의 눈치도 지시도 없이 내 삶을 살아내는 방식이다.
결심했다. 기사가 아닌 내 이야기를, 느리더라도 계속 쓰기로. 읽고 듣는 일은 매일 하지만 내 삶을 쓰는 일은 게을렀다. 오늘부터는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