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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쓴 시간

by 춘프카

오늘은 광주지방법원 근처에 있다.


법무사 사무소로 쓰던 열 평 남짓한 공간이 카페로 바뀌었다. 빠른 재즈가 흐른다. 나는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이번 주는 현장을 많이 다녔다.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걸 글로 옮겼다. 통계와 자료를 좇는 일보다 이게 나한테 맞다. 억울한 목소리를 가까이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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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장면


지난 9월, 한 선배 기자랑 술을 마셨다. 늦게 기자가 된 사람이었다. 작은 신문사에서 구박을 견디며 버텼고, 기사를 대충 여기는 간부랑 부딪히며 버텼다. 결국 중앙일간지로 갔다.


그 선배가 남긴 말은 짧았다. 실력이 아니다. 문장이 아니다. 결국은 사람됨이다. 멈추지 마라. 낮은 목소리였다. 테이블 위에는 소주병이 쌓였다.


지새운 밤


나는 시사주간지에 다섯 번 지원했다. 다 떨어졌다. 언론시민단체에서 글을 쓰며 시간을 보냈다. 라디오에서 시사를 이야기했다. 기사와 칼럼을 분주히 썼다.


그러다 옮긴 직장에서는 내가 기대했던 일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해야 했다. 그 시간이 7년이었다.


다시 언론으로 돌아왔을 때 두려움이 몰려왔다. 잘할 수 있을까. 늦은 건 아닐까. 같은 질문이 반복됐다. 하지만 결국 남은 건 하나였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나는 밤을 새워 기사를 썼다. 남들이 10분 만에 쓰는 기사를 몇 시간에 걸쳐 완성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그렇게 여기까지 왔다.


무엇이 옳은 길인지는 아직 모른다. 그래도 믿는다. 좋은 사람으로 남아야 한다는 걸. 묵묵히 현장을 다녀야 한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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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로 살지 못했던 7년 동안 브런치가 나를 붙잡아줬다. 그 브런치가 10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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