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것이 아니라 지지 않는 삶을 위해서
복싱 : 사각의 링 안에서 두 선수가 글로브를 착용하고 싸우는 스포츠이다. 레슬링과 함께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종목이다. 서로 공평한 상황에서 싸울 수 있도록 체중별로 여러 체급으로 나눠져 있다. 흔히 우리말로는 권투라고도 하지만 아마추어리즘을 고수하기 위하여 복싱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5명의 심판이 채점을 하여 점수가 높은 선수가 이기는 방식이다.
주변 지인들에게 자주 듣는 소리다. 복싱을 시작한 지 두 달째다. 기본 스탭과 원투(잽, 스트레이트) 공격 기술을 배우고 있다. 잽은 상대방과 가까이 있을 때, 빠른 공격으로 자세를 혼란시키는 기술이다. 거리를 재고 상대방을 괴롭힐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주먹이다. 다음은 스트레이트. 정의상으로는 왼발괴 왼쪽 어깨를 잇는 선을 축으로 상체를 반회전 하여 주먹을 일직선으로 뻗어 상대방을 공격하는 기술을 말한다. 방어기술도 배웠다.현재까지는 블로킹과 위빙을 습득하고 있는데, 블로킹은 공격자의 펀치가 내 급소에 맞기 전 손, 팔꿈치, 어깨 등으로 받아서 막는 기술이다. 위빙은 상반신을 좌우로 움직여 상대방의 펀치를 피하는 기술인데 이 동작을 할 때마다 거울로 비치는 내 모습을 보며 웃음이 나온다. 너무 어설퍼서.
최근 가까운 지인들에게 아래와 같은 격려(?)를 듣는다.
"요즘 혈색이 좋네요."
"살이 좀 빠진 것 같은데."
사무실과 장거리 운전 등으로 무등산 같이 나온 내 뱃살을 마주하며 용기를 내 시작한 복싱. 길어서 한, 두 시간 운동을 하는데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처음 시작할 때는 30분도 못 버티는 체력이었는데 지금은 여전히 힘들긴 마찬가지지만 시간이 가능한 두 시간까지는 집중하여 동작을 배우고 있다. 다른 사람처럼 매일매일 퇴근 후 곧장 달려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덕분에, 한 번의 연습에 절박함을 더 실었더니 관장님도 좋아하신다. 열정이 보인다고 빙긋 웃으시며.
나는 땀으로 눈앞이 흐릿해질 때쯤 영화 <록키>를 생각한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일생일대 큰 경기를 앞두고 읊조리는 그의 모습이 그려진다. 보잘것없는 인간이지만 상관없다고. 시합에서 져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아폴로(챔피언)가 자신의 머리를 박살 내도 별로 상관없다고. 15회까지 버티기만 하면 되니까. 아무도 그를 상대로 끝까지 가진 못 했으니까. 그때까지 버티면, 종소리가 울릴 때까지 두 발로 서 있으면 인생에서 처음으로 뭔가를 이뤄낸 순간이 될 거라고. 그렇게 조용히 말한던 록키가 떠올랐다. 나도 버티자, 지금의 삶과 인생을. 고작 3분을 버티는 데 너무나 힘들지만, 이기는 것보다 지지 않는 인생이 더 중요한 거니까. 어떻게든 버텨보자고. 나는 그 태도를 몸으로 더 가까이 배우고자 복싱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