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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프카 May 15. 2020

어떤 풍경은 몸의 일부가 된다

벌써부터 여행 계획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나는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떠올릴  있는 근사한 기억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매년 가족들과 함께 떠났던 여행은, 정확한 장소나 시점은 기억나지 않지만 오랜 시간 가슴에 새겨져 있다.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잔뜩 들떠 도통 잠들지 못했고, 차량 구석구석 짐을 실어 산과 , 바다로 향했다. 낯선 풍경과 사람을 목격했고  새로웠다.


나는 이제 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버지가 되었다. 이제 갓 태어난 아들은 나를 닮아 눈이 크다. 벌써부터 이곳저곳을 분주하게 살피며 관찰한다. 숨소리는 거칠고, 밥(모, 분유)도 씩씩하게 먹는다. 옹알이도 빨라서 최근엔 대화도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늦은 새벽, 아이를 안고 자장가를 한참 부르고 있었다. 중학교 1학년 음악시간에 배웠던 가사를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니.  순간을 위해  시간 동안 새겨두고 있었구나, 하고 속으로 피식 웃었다. 아이도 아빠를 따라 배시시 웃는다.


언제쯤  아이와 함께 여행을 떠날  있을까? 최근 읽었던 김영하 작가의 <오래 준비해온 대답> 일부가 떠올랐다.


어떤 풍경은 그대로 한 인간의 가슴으로 들어와, 맹장이나 발가락처럼 몸의 일부가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 가볍게 전해줄 수 없는 그 무엇이 되어버린다. 그런 풍경을 다시 보게 될 때, 우리 몸의 일부가 갑자기 격렬히 반응한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김영하 _ <오래 준비해온 대답>


아내와 함께

들뜬 기분으로 엑셀 파일을 열고 계획을 세웠다. 아이가 5살이 되는 때부터 20 전까지 매년 국내외를 포함한 '테마' 있는 여행을 그렸다.


조금 소개하면 , 현재 살고 있는 광주에서 나주 영산강까지 자전거 하이킹하기,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경주 2 3 여행( 역사 공부), 지리산 종주, 무인도 경험하기,  순천 동천에서 순천만까지 걷기, 캐나다를 떠나 엄마가 유학했던 곳을 방문하며 함께 추억 공유하기   다수다.


와이프에게 자랑했더니, 웃는다. 아이는 이제 태어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나도 내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집중한다. 함께할 여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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