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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프카 May 21. 2020

초보 아빠의 단상

아이가 머뭇거리지 않고 쓸 수 있는 첫 문장을 만들어주고 싶다.

밤 11시가 넘어서야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순천에서 일정을 마치고 분주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약 1시간이 웃도는 거리고 늦은 시간이라 공부도 할 겸 유튜브를 통해 강연을 들었다.


한참 듣고 있는데, 쓰고 싶은 근육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별다른 내용은 아니었고, 아내와 아이에 대한 부분이었다.


아내는 하루 종일 육아에 녹초가 되었을 모습이 눈앞에 선했고, 지난주부터 잠은 오는데 품에서 살짝 때어 놓기만 하면 얼굴이 붉히며 큰소리로 우는 아이가 그려졌다.


귀에서는 쩌렁쩌렁한 강연자의 목소리가 들리고, 내 시선은 어두컴컴한 고속도로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생각은 커져만 갔다.


나는 어떤 아빠가 될 수 있을까? 아니, 어떤 아빠로 남고 싶은 걸까? 다른 것보다, 계속 배우는 아빠가 되고 싶다는 소망이 앞섰다.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사이. 그 외 여러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여러 단상이 정돈되지 않은 상태에서 집으로 도착했다. 주차하고 잠깐 차 안에서 메모장을 꺼내 한 문장을 썼다. 여러 의미를 담아.


아이가 머뭇거리지 않고 쓸 수 있는
근사한 첫 문장을 만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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