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추억을 만들어갈 수 있는 공간
사유가 없으면 건축도 없다.
작년부터 열심히 챙겨보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다. EBS <건축 탐구 집>. 익숙한 아파트나 도심에서 벗어나 주택을 짓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여러 사람들을 마주하는 재미가 솔솔 하다.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 가늠할 순 없지만, '평생 살아갈 수 있는 집을 짓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매번 집중해서 살펴본다.
참고로 우리 집에는 TV가 없다. 대부분 유튜브를 통해 쪼개서 시청한다. 아내에게도 조심스레 말했다. "우리 주택 지어서 들어가자.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마흔 전에는 그렇게 들어가고 싶다." 아내는 처음에는 시큰둥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말하다 보니, 조금씩 생각이 변하고 있는 듯하다.
건축 쪽으로 조금씩 공부하면서 여러 인물을 알아가고 있다. 특히, 프랑스의 건축가이자 작가인 르 코르뷔지에가 인상 깊었다. 20세기 세상을 바꾼 중요한 혁신가 3인 중에 한 명이라고 한다. 이동 혁신은 헨리 포드, 정보 혁신은 빌 게이츠, 주거 혁신은 르 코르뷔지에라고.. 그는 처음 공동주택을 창안해 집이 없는 서민들의 삶을 바꿨다. 그는 말했다. "사유가 없으면 건축도 없다."
올해 초부터는 직접 설계도(라고 말하기도 부끄럽지만)를 그려봤다. 벌써 50장이 넘는다. 주변에 건축학을 전공한 후배에게 자문을 받기도 했다. 여러 장의 설계도를 보며 멋쩍은 미소를 보였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설명했다.
입구는 대문으로 할 것이고, 좌측에는 '춘프카 책방' 우측에는 '에이미의 공부방'(와이프가 외국 생활할 때 사용했던 이름). 입구에 들어서면 조그마한 마당이 있고(사과나무도 심었다), 모든 공간이 개방적으로 펼쳐질 수 있는 형태를 열심히 설명했다. 말하다 보니, 혼자 더 고조되기 시작했다.
가족들과 함께 추억을 만들어갈 수 있는 공간.
함께 성장하는 '집'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