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흘리는 존재로서의 나

- 생리 다큐 [피의 연대기] 리뷰

by Soo
우리는 영문도 모른 채 이 세상에 태어나 나이를 먹어가고 의지와 상관없이 피 흘리는 존재로 자라난다.

- <피의 연대기>



나에게 찾아오는 ‘생리’는 언제나 불편한 손님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언제나 ‘생리’에 관한 것은 감추기 바빴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숨겨야 했고 부끄러웠다. 그 이유는 친구나 엄마한테 들어도 납득이 되지 않는 것들이었다.


‘왜 생리는 항상 비밀 속에 있어야만 할까?’란 고민이 계속될 때쯤, 영화이자 다큐멘터리인 <피의 연대기>를 볼 기회가 생겼다.


피의연대기_클립1.jpg - <피의 연대기> 스틸컷


고대부터 현대까지 사람들이 ‘피 흘리는 존재로서의 여성’을 어떤 식으로 바라봤는지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생명을 잉태하는 여성의 몸을 경이롭게도 보았지만, 그들이 모르는 어떤 자연의 섭리로 매달 피를 흘리는 여성의 몸을 이해하지 못했다. 가장 황당했던 점은 중세 그리스도교에서 여자의 생리를 타락의 증거로 보았다는 사실이다. 물론, 아시아 문화에서도 여성이 부정한 피를 가져 죄를 씻어야 한다는 경전이 발견되기도 했다. 동양과 서양 모두가 이러한 이유로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치부했다는 사실이 정말 믿기지 않았다.


이러한 문화가 현재에 영향을 준 것도 있겠지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또한 ‘여성의 몸’에 무지하고 관심이 없다고 느껴진다. 아직도 여성의 몸 밖으로 나오는 피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생리혈이 샜을 때 창피함을 느끼고, 여성의 몸에 관한 정확한 정보나 교육이 모자라기에 탐폰, 생리컵과 같은 생리용품 사용에 두려움을 느낀다.

피의연대기_클립3.jpg - <피의 연대기> 스틸컷


따라서 ‘여성의 몸’에 대한 확실한 교육이 모두에게 필요하다. 여성이 자신의 신체(특히 생리와 관련된 자궁과 질)에 대해 알려고 하는 것이 두려운 일이라면 그것은 중세시대와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여성들은 역사 속에서부터 이어진 ‘인식의 족쇄’를 벗어던지고 더 잘 피 흘리기 위해, 더 넓은 세상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 <피의 연대기>는 생리가 혼자만 겪는 것이 아닌 인류의 절반인 여성 모두가 겪는 보통 현상이란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고, 매달 불편한 손님을 억지로 맞아야 하는 내게 따듯한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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