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내 모습들을 숨기곤 한다
텔레비전에서 설 특선으로 해주는 영화를 보며 웃다가 울다가를 반복했다. 그러면서 문득 어릴 적 내 모습을 떠올렸다.
예전에는 그랬다. 어릴 적 나는 그랬었다.
엄마에게 꾸중을 듣고 혼나면 뭐가 그렇게 억울했는지 닭똥같은 눈물을 주르륵 흘렸고, 친구가 놀리는 게 짜증이 나고 분해서 울음을 터뜨렸다. 또 텔레비전에서 혼자 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모습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곤 했었다. 그땐 그저 슬프면 울었고 눈물이 나오면 눈물을 흘렸다. 애써 참아야 할 이유도 없었고 내 감정에 솔직했다.
그랬던 나도 어느새 스무살을 넘긴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 된 나는 애써 눈물을 참는 순간들이 더 많아졌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서도 눈물이 나면 흘린 눈물을 닦아내 울지 않았다는 듯 애써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였고, 집에서 드라마를 볼 때도 눈물이 나려고 하면 애써 눈물을 참았다. 기분 나쁘고 속상한 일이 있어도 괜찮다며 속으로 참아냈고,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다.
슬프고 속상하면 그저 눈물을 흘리고 펑펑 울어버리면 그만인데 그게 뭐라고. 어른이 된 나는 진짜 내 모습들을 숨기곤 한다.
가끔씩은 마음놓고 실컷 울어도 좋다고, 슬프면 슬픈대로 펑펑 울어도 된다고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